문화재청 '지방청' 신설 배경은

문화재청이 '지방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전면적 조직 개편에 나서는 것은 숭례문 사건 이후 문화재 관리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화재청은 청내 조직으로 기획조정관, 문화재정책국, 문화재보존국, 문화재재활용국 등을 두고 각 분야별 문화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18개 과를 두고 있지만 국보와 보물 등 주요 국가지정문화재의 직접적인 관리 기능은 주로 산하 관리소가 맡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어 문화재 발굴과 조사·연구·보존, 관리 등의 모든 업무를 일원화해 총체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증대돼 왔다.

문화재청의 산하 조직으로는 전통문화대학교와 각 문화재연구소, 세종대왕유적과 창덕궁 등의 주요 유적지에 대한 관리소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전국에 산재해 있는 주요 유적과 유물 등에 대해 효과적인 보존, 관리에는 어려움이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 관리를 자치단체에 위임해온 것도 방대한 규모의 문화재 관리를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문화재청은 숭례문 사건이 터지자 서울시가 위탁 관리하던 숭례문을 문화재청 관리로 전환하는 등 중요 문화재의 직접 관리에 나서고 있고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이를 전면적인 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까지 조직 개편이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문화재청이 지방청 신설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재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 지가 주목을 받고 있고 이에 따른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부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방청 신설 추진에 대해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이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연구소 고유 업무인 연구·조사 기능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지방청 내에 문화재 조사연구팀의 형식으로 흡수될 경우 행정 기능에 치중 돼 실제적인 조사 연구가 진행될 수 없을 것으로 대부분의 연구소 직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각 연구소는 학예연구직 축소 등 인원 감축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와 관련해 최근 문화재청 내부 회의 자리에서 한 연구소 소장이 공개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강력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문화재연구소 개편에 대해 박순발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가 책임 아래 대학교나 일반 기관에서 하기 어려운 국가적 차원의 중요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발굴 조사, 보존 및 복원 등의 일을 하는 곳"이라며 "이런 기관이 문화재청의 한 창구로 축소되면서 행정적 측면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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