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충호시대 충청 리더 인터뷰 3 이춘희 세종시장

 이춘희 세종시장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춘희 세종시장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 시장은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의 역량을 가지는 것이 영충호 시대에 중요한 의제"라고 강조했다. 한경수 기자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광역과 기초단체장을 겸하는 행정가가 이춘희 시장이다. 세종특별자치시장은 구청장 없는 광역시장 일을 한다. 구청의 집행행정과 광역시의 기획조정행정까지 의사결정을 하려면 2중 뇌구조를 가동해야 할 것 같다. 전형적인 농촌과 세계적인 신도시가 공존하는 세종시장으로서 지난 2개월간의 소회와 다짐을 들었다.

이춘희 시장은 시정의 투명성과 소통을 강조한다. 그 근거로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정례브리핑을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통합 민원실 추진'이란 제하로 8번째 정례브리핑을 가졌다. 규모가 훨씬 크고 현안이 많은 다른 광역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심행보다.

특별히 중요한 사안과 겹치지 않으면 이 시장이 직접 브리핑을 주재한다. 그간 가졌던 브리핑의 주요 내용을 보면 '조치원 발전 100인 위원회 구성', '직거래 싱싱장터 개설', '보조금 지원 투명성 강화'와 주요공약 추진계획 등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이 자리서는 브리핑 주제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다른 현안에 대한 즉석 질문과 응답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언론의 반응이 뜨겁다.

초기에는 세종시의 시세를 감안해 몇 차례 하고 나면 현안이 고갈이 돼 흐지부지 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아직까지는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시정 정례브리핑은 이 시장이 시장 후보 시절 매주 정례적으로 시행했던 목요정견발표의 연속선상이며 시장 당선 후에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사안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정례브리핑을 시민과의 소통의 자리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시민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꾸준히 의제를 발굴해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도농 복합도시의 행정을 모두 챙기려면 바쁜 나날을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일이 많이 밀려 주로 사무실에 매여있는 시간이 많다. 나를 필요로 하는 현장이 많은데 아직 챙기지 못하고 있다. 조직이 광역자치단체의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동적인 집행행정만 했으니 결정을 놓고 고민할 게 없었다. 그 훈련이 안돼 있다 보니 모든 것을 시장이 결정해줘야 한다. 절차, 기준이 결과보다 중요할 수 있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시정의 기틀을 조속히 다진 후 시민 속으로 찾아가는 현장행정 비중을 높여나가겠다."

-취임 후 2개월이 지났다. 소감과 시민 여론이나 반응은.

"건설교통부 차관과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하며 밑그림을 그렸고 그런 만큼 명품 세종시 건설을 향한 강한 의지와 자부심으로 바쁜 2 개월을 보냈다. 매일 국과별 업무보고를 받지 않는 대신 양 부시장과 실국장이 참석하는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단계로 보면 아직 준비기간으로 보여진다. 가시적인 성과는 언제쯤 드러나 시민께 보고하겠는가.

"제2기 세종시정은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 사람중심 행복도시, 조화로운 균형발전, 시민참여 열린 시정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 행복도시 세종 구현을 목표로 할 것이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와 세종시표 로컬푸드 운동 등에 역점을 두고 시정을 운영해 나갈 것이며 사람이 먼저인 안전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시정 역점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시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 '시민참여위원회'에서 12대 시정목표와 100대 과제를 선정하여 제안했다. 100대 과제에 대한 실행방안 등을 마련해 취임 100일(10월8일)에 즈음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무게감이 드는 핵심공약인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선 정치권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충청지역 등 타 지역의 응원이 결정적인데 세 결집을 위한 복안은 있나.

"지금까지 세종시 수정안 대응, 과학벨트 입지결정 등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의 정책결정에 대해 충청권의 공조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견고하게 이뤄졌다. 세종시와 충청권 3개 시·도 단체장의 행정실무협의회가 지난 8월 11일 세종시에서 열렸고 본회의가 내달 16일 개최될 예정이다. 세종시가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의 역량을 가지는 것 자체가 충청권의 상생과 발전 및 영충호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토대로 충청권 주요 현안으로 협의해 나가겠다. 충청권 행정협의회 이외에도 충청권 광역경제권협의회, 총리실 지원위원회, 충청권 상생발전협의회 등을 통해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협력을 더욱 공고하게 다져갈 예정이다."

-평소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직사회의 경직된 구조가 이를 금세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시민참여는 참여와 자기결정이라는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지역 발전에 있어서 시민이 확실한 주체로 나서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렵다는 신념이다. 세종시는 '시민참여 열린시정'을 시정방침으로 정하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소통과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제2기 세종시의 핵심과제인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사업 추진을 위해 구성되는 '조치원 발전 100인 위원회'가 시민의견 수렴 창구로 과거 위원회 운영사례와 달리 시민주도와 현장밀착형으로 운영될 것이다. 시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예산편성과정에서 시민과 소통하고 대화해 공감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러한 시민 참여가 함께 사업방향을 설정하고 문제점을 공유·해소해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돼 사전에 민원을 해소하고 행정과 시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생각이다."

-우선 국비확보와 지특회계가 당면과제이다. 현재 추진상황은.

"국비확보는 정부예산 순기에 맞춰 주요현안사업 위주로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수 있게 기재부 등 관계부처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특회계의 경우 세종시 계정이 별도로 신설돼 내년부터 운용하게 되므로 첫 규모가 대단히 중요하다. 자족기능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일정부분 재정운용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시 중장기 발전과제와 지역 간 균형개발 등 주요현안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재원이므로 의미가 매우 크다. 지난달 27일 경제부총리에게 직접 지특회계 1000억 원 규모를 건의한 바 있고 각 정당별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시청사 지원확대 추진상황은.

"세종시 신청사는 일단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에 있으며 8월 현재 72%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청은 세종시 건설에 상징이 될 건축물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준공돼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하도록 할 것이다. 다만 예산 부족으로 사업기간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데 현재 사업비로는 시의회와 보건소 건립이 어려운 상태라 정부를 상대로 총사업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관계기관 간 사업비 증액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어 추가사업비 확보 후 내년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

-행복도시건설청과도 협의할 게 많다. 주로 어떠한 것들인가.

"현재 세종시의 행정은 예정지역과 그 밖의 지역으로 구분돼 예정지역의 경우 건축허가 등 도시개발 사무 중 일부를 행복도시건설청장이 세종시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시민생활과 직결된 통합민원실 설치·운영이나 각종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대회 등도 공동개최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도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시청과 행복청이 합동 투자유치단을 운영하고 제1회 행복도시 사전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의하고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세종시 공무원 구성원은 다양한 근무지에서 전입됐다. 이 때문에 협업이 안 되고 계파로 분열될 우려를 사고 있다. 조직활력을 위한 대안은.

"세종시는 과거부터 이 지역을 지키며 살아오신 원주민과 신도시 조성으로 큰 뜻을 품고 오신 이주민과의 소통과 화합이 과제였고 공무원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새로운 중심, 행복도시 세종을 완성하기 위해선 먼저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청 내부에선 대화를 통해 조직의 활력을 찾고 벽을 없애고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외에도 새롭게 이주한 한솔동(첫마을) 주민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축구·족구·합창단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주말농장·아파트 베란다 농식물 가꾸기 등 모두가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의 여가·문화활동 지원을 위해 인근 지자체와 함께 하는 각종 문화·체육행사 등을 통해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충북도가 강력 반대하는 경부 제2고속도로 건설 및 세종KTX역 신설에 대한 견해는.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건설은 국가 광역교통망으로 이미 확정된 것으로 지자체 간 합의와 중앙부처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10월에 이 건에 대해 국토부와 기재부 장관 등에게 조기건설을 건의한 바 있다. 기본 조사가 완료된 상황으로 위치·노선 등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종KTX 역사 신설은 세종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국토계획평가 결과에 따라 '2030 세종 도시기본계획'에 담겼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 없다. 세종시가 단지 하나의 신도시 건설이 아닌 행정수도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제, 산업, 문화, 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적인 지원과 세종시의 자구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전국에서 편리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의 확보는 무엇보다 우선해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대담=김형규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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