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어제 부동산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서울 등지의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무주택자 청약가점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 등으로 돼 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없애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데 이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완결판이라는 평가다. 즉 정부가 앞장서서 부동산시장을 띄울 테니 정부를 믿고 집을 사라는 신호를 재차, 더욱 강력하게 낸 셈이다.

장기간 침체된 경기를 살리자면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필수다. 정부 구상대로 시장이 회생한다면 다행이지만 걱정거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탓에 지난해 말 1000조 원을 돌파해 1021조4000억 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6개월 뒤인 지난 6월 말 현재 1040조 원으로 늘어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올 상반기 동안 매달 1조-2조 원씩 늘어난 탓이다. 단순계산으로도 가계부채 총액은 올 들어 반 년 동안 4%나 증가한 셈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연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8.7%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와 걱정이다. 가계부채 증가속도에 적절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다. 극단적 예측이긴 하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으로 변해 터진 뒤 우리 경제가 이를 견뎌낼 수 없을 경우 그 결과는 아주 고통스런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런 우리와 달리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가계부채는 매년 0.7%씩 줄고 있고, 일본의 가계부채도 2008년 이후 1.1%씩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독일과 영국의 가계부채는 0.5%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소식이다.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계부채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 활성화 목표에 이견이 있을 순 없다. 그러나 기대하는 경기 활성화보다 가계부채로 인한 부작용이 먼저 오면 어찌할 것인가.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할 대안도 주도면밀하게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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