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대전 월평동에 마권장외발매소가 개소했다. 그로부터 15년 월평동 인근의 지역경기 활성화라는 비전이 무색하게 월평역 부근은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인근에는 유흥업소가 건물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다른 거주밀집지역에서 찾아보기 쉬운 학원, 독서실, 카페 등은 오히려 드물다. 또 마권장외발매소 입점 당시 유동인구 증가와 매출 증대를 기대하던 상인들마저도 본인들의 기대가 허상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마권장외발매소가 운영되는 주말이면 마권장외발매소 이용객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와 도로변에 주차된 자동차들로 인해서 인도를 걷기에도 불편함이 많다. 대전시에서는 마권장외발매소를 통해 대전시의 세수가 증대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경기 활성화와 세수 증대라는 장밋빛 꿈은 이미 허상으로 드러났다.

입점 당시 경기 활성화에 관심을 갖던 상인들도 모두 돌아섰다. 마권장외발매소엔 사람이 몰리지만 인근에서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오히려 장사가 안 된다고 한숨이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곽 이전이나 폐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오히려 마권장외발매소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마권장외발매소를 신규로 설치하려는 시도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다 보니 확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현재 서울 용산구에서도 마권장외발매소를 확장이전하려는 시도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권장외발매소는 레저시설의 의미가 사라진 도박시설이다. 1인당 하루 평균 60만 원 이상을 베팅하는 시설을 건전한 레저시설로 보기 어렵고 과도한 사행심리 조장과 도박중독 유발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마사회의 존재 이유이다. 한국마사회는 말 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레저생활에 이바지한다는 공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마사회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지거나 문제가 생겨도 매출만 올리면 되는 불법도박장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세금 수입을 바라며 모르는 척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세도 문제다. 눈앞의 세금에 눈이 멀어 시민의 삶이 황폐해지는 걸 방치한다면 그 폐해는 결국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로 돌아올 것이다. 이미 정부에선 마권장외발매소를 축소, 폐쇄하는 것을 장기적인 정책목표로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의지가 명확하다면 대전 월평동과 서울 용산의 확장 계획을 취소하고 마권장외발매소를 폐쇄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수순일 것이다.

전홍수 대전 YMCA 시민권익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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