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궁동공원 정비 이어 서구도 벌목 강행 일각 "피해지 옮길 뿐"… 市 생태연구 근본책 미흡

<속보>=대전 서구가 남선공원 소나무 숲 일대 서식 중인 백로무리 개체 수가 최근 1000여 마리로 늘어나 인근 지역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벌목이라는 초강수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벌목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고 결국은 백로 무리가 대전지역을 이리 저리 옮겨 다닐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보 5월 2일자 6면 보도>

28일 서구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탄방동 남선공원 소나무 숲 일대 수종갱신사업을 위한 벌목 등 정비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위험목, 밀생목 등을 중심으로 나무 가지치기를 위한 간벌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남선공원 소나무 숲 일대 백로·왜가리 등 집단서식 피해에 따른 조치다.

이 일대 1000여 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고 집단 서식하면서 백로들이 잡아온 물고기 비린내와 배설물 냄새 등으로 인한 악취와 소음, 털 날림 등으로 인근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 400-500여 마리였던 백로무리가 번식기를 거쳐 현재 1000여 마리로 늘어났다. 게다가 남선공원을 이용하는 등산객들까지 불편을 겪으면서 지난 달 공원 이용객 383명은 서구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는 나무 흔들기, 불빛 비추기, 조류기피제 등 서식방해 활동으로 서식지 이동을 유도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자 결국 수종갱신사업을 실행키로 했다.

구 관계자는 "수종갱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단체, 조류전문가 등과 함께 한달 동안 현장조사를 실시했다"며 "최근 새끼 백로들이 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것으로 조사돼 수종갱신사업을 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심 속 백로무리 집단서식은 이 곳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대 초반 백로무리는 카이스트(KAIST) 내 어은동산에서 집단 서식했으나 나무가 고사하자 지난해 충남대 인근 궁동근린공원 소나무 숲으로 서식지를 옮겼다. 이에 유성구는 공원수목정비사업 일환이라며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해당 자치구의 민원 해소를 위한 땜질식 행정이 아닌 대전시 차원에서 종합적인 방안을 모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구와 대전시, 대전발전연구원, 환경단체는 첫 간담회를 갖고 남선공원 문제점 및 해소방안과 장기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시 관계자는 "장기적인 실태조사 및 생태연구 등을 통해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내년 초 발주할 계획"이라며 "용역을 통해 야생동물 집단 서식 대비 사전대처 및 대전지역 내 잠재 번식후보지역 관리 등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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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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