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냄새 참 좋다 유승하 지음·창비·232쪽·1만3000원

여성, 소수자, 인권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오던 만화가 유승하의 작품집이 출간됐다. 작품집은 처음이지만 20년간 활동해온 내공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8편의 단편 만화를 한권에 묶은 '엄마 냄새 참 좋다'는 결국 '여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귀결된다. 책에는 용산 철거민, 미혼모 등 소외된 이웃과 나혜석, 허난설헌 등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 등장해 여성과 여성의 눈으로 보는 시대를 그린다.

하룻밤의 실수로 미혼모가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축복', 용산 철거로 살아온 집을 잃고 3년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강정희씨의 사연을 다룬 '지 편한 세상', 경제적·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당연한 양육권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장애인 엄마의 이야기 '새봄나비' 등 이야기 하나하나는 잔잔하지만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

요즘 이야기에는 당연한 듯 등장하는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만화가 담고있는 진정성 때문이다.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앞만 보고 살아온 이들에게는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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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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