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도시를 살린다 - 美 어바인市 친교육 정책

어바인시의 모든 초등학생은 정규 수업시간 외에도 예술과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가르치는 특별 활동 수업을 받는다. 주로 4-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며 음악은 40분씩 매주 2회, 과학 수업은 60분씩 2회 진행된다. 사진은 브라이우드 초등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과 우드베리 초등학생들이 실험실에서 과학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어바인시 교육청 제공
어바인시의 모든 초등학생은 정규 수업시간 외에도 예술과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가르치는 특별 활동 수업을 받는다. 주로 4-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며 음악은 40분씩 매주 2회, 과학 수업은 60분씩 2회 진행된다. 사진은 브라이우드 초등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과 우드베리 초등학생들이 실험실에서 과학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어바인시 교육청 제공
교육은 한 도시의 흥행을 좌우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한 어바인시(Irvine)의 친교육 정책은 도시 경영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각종 지표는 상승 일색이다. 미인구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 어바인시 인구는 21만에서 24만명으로 연평균 4.5%p씩 증가했다.(미국 평균 0.7%)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관심도 뜨겁다. 이를 반증하듯 어바인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움직임이 최근 부쩍 늘었다. 100만달러를 훌쩍 넘는 거액의 주택 자금을 현금 또는 백지수표로 지불하는 사례도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지난 달 발표된 미국부동산 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국인들의 미국 주택 구입은 총 220억달러(한화 22조4000억원) 규모. 그 중 35%가 어바인이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집중됐다.

인구와 돈이 몰리고 일자리는 풍성하다. 브로드컴, 웨스턴 디지털, 블리자드 등 오렌지 카운티에서 가장 큰 기업의 본사는 어바인시에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판매법인(HMA)과 현대캐피탈, 기아자동차 미국법인 등 한국 대기업도 이 곳에 진출해 있다.

급증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 인프라 확장 공사는 1년 내내 진행 중이다.

올해로 출범한지 43년된 젊은 어바인시가 내건 최우선 목표는 `교육`이다.

개인이 소유한 광활한 농장에 불과했던 어바인 지역이 시로 공식 출범한 것은 1971년. 한참 전인 1959년경 UC 계열 대학 유치가 구체적으로 논의됐고 1965년 UC 어바인 대학이 들어섰다. 대학이 들어서자 주변지역은 상업지구과 주거지 등으로 개발됐다. 주민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어바인을 시로 승격시킬 것을 결의하게된다. 어바인이 현대적인 도시로서 기반을 갖추는데에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이 중심이 된 것이다.

선택은 탁월했다.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은 자녀를 가진 젊은 부부를 유인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 비율은 35%로 미국 평균 31%보다 높다. 1971년 출범 당시 인구 1만80명으로 시작한 작은 도시는 40년을 지나면서 인구 24만명의 중견 도시로 성장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어바인 교육의 성과는 객관적인 평가에서도 두드러진다.

어바인 지역의 학교는 최근 미국 전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한 학력성취도평가(API)에서 1000점 만점에 925점을 받았다. 오렌지 카운티 지역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최상의 교육환경을 갖추고 높은 성취를 이룬 학교에 주어지는 미국 정부의 블루리본 학교는 1983년 이래 15개 교가 선정됐다. 또 학부모에게 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그레이트 스쿨`의 평가에 따르면 어바인 교육청 관할 일반고등학교 4개교 중 3곳은 10점 만점을 기록했다. 모두 어바인시 공립학교에서 만들어낸 성과이다.

어바인 교육의 경쟁력은 정책의 방향이 전적으로 공교육을 향해있는데 있다.

미국 공교육은 재정 부족, 교육 주체간 상호 불신, 낮은 성취 등 복합적인 이유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재정 위기로 예산이 삭감돼 일부 지역에서는 교사들을 대량 해고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음악이나 순수미술 등 예술 교육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어바인시는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다. 예술 분야, 과학 실험에 대한 대한 투자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특히 어바인 컴퍼니 등 어바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지원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어바인 기업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학교 예술 수업에 과감히 투자한다. 어바인 교육청 관할 학교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젋은 교사들의 수요는 폭발적이다. 최근 어바인 교육청이 교사 모집 공고를 띄우자 단 2시간 만에 600명이 몰리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교육 최우선 정책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과의 경쟁력도 갖게했다. 어바인시의 인종은 아시아계가 40%를 육박한다.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한국-중국-인도인이 대부분이다. 좋은 교육 시스템은 해외 우수 인력 유치 뿐 아니라 세계인으로서 갖춰야 할 다양성과 유연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했다. 2008년 이래 어바인 시장에 한국인이 연속 선출된 것은 어바인시가 열린 사회라는 것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2012년 취임한 스티븐 최(한국명 최석호) 시장은 "어바인시에 이주하려는 사람들 80% 이상은 어바인의 뛰어난 교육 시스템, 학군 때문에 이 곳을 결정한다"며 "지역 사회 전체가 교육이 잘돼야 사람이 모이고 시와 기업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교육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남상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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