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명 학력인정

지난 25일 대전평생학습관에서 40여명의 문해교육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한글 단어의 뜻을 배우고 있다.  김영태 기자
지난 25일 대전평생학습관에서 40여명의 문해교육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한글 단어의 뜻을 배우고 있다. 김영태 기자
지난 25일 오전 10시 대전평생학습관 내 강의실. 주로 짧은 파마머리를 한 40여 명의 학생들이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 강의 내용이 펼쳐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라지만 머리가 희끗 희끗한 이들이 적지 않다. 교사가 질문을 던지면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에서 10대 학생들 못지 않은 학구열이 느껴진다. 다소 어색하게 연필은 쥔 손으로 교과서 내용을 공책에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옮겨 적는 모습도 보인다.

대전시교육청이 진행하는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인 `대전평생시민교육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의 장년층이다.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 18세 이상 성인이 초·중등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대전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문해교육이 시작됐다. 현재는 교육부가 고시한 운영과정에 따라 초등 5-6학년 수준의 3단계 과정과 중학교 1단계·2단계 과정이 대전평생학습관과 대전법동초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과정 60명, 중학교 과정 117명 등 총 177명. 수업에 필요한 교과서와 학용품, 수업료는 모두 지원된다. 초등과 중등과정의 전 단계를 이수하면 별도의 검정고시 없이도 초·중 학력 인정서가 수여되고 2011년부터 최근까지 138명이 학력인정을 받았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환경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배움을 포기했던 이들이 `꼭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참여하는 만큼 수업에 대한 열의는 매우 높다.

조흥순(68·서구 둔산동) 씨는 "4살 때 6·25가 일어나서 집이 모두 없어지고 학교를 다니기도 힘들었다"며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들을 따라 대전에 왔다가 이렇게 문해교육을 받게 돼 너무 좋다. 늦은 나이지만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올 정도로 학교 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조 씨는 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서로 존중해주고 열심히 공부한다"며 "앞으로 반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업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열정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교장 출신의 퇴직 교원들이다.

김정휘 교사는 "1969년 교사생활을 시작해 2008년 대덕중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다 문해교육을 위한 대전평생시민교육대학을 개설하는데 참여하게 됐다"며 "젊음을 보상받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처음 교사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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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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