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명 학력인정
학생이라지만 머리가 희끗 희끗한 이들이 적지 않다. 교사가 질문을 던지면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에서 10대 학생들 못지 않은 학구열이 느껴진다. 다소 어색하게 연필은 쥔 손으로 교과서 내용을 공책에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옮겨 적는 모습도 보인다.
대전시교육청이 진행하는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인 `대전평생시민교육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의 장년층이다.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 18세 이상 성인이 초·중등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대전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문해교육이 시작됐다. 현재는 교육부가 고시한 운영과정에 따라 초등 5-6학년 수준의 3단계 과정과 중학교 1단계·2단계 과정이 대전평생학습관과 대전법동초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과정 60명, 중학교 과정 117명 등 총 177명. 수업에 필요한 교과서와 학용품, 수업료는 모두 지원된다. 초등과 중등과정의 전 단계를 이수하면 별도의 검정고시 없이도 초·중 학력 인정서가 수여되고 2011년부터 최근까지 138명이 학력인정을 받았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환경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배움을 포기했던 이들이 `꼭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참여하는 만큼 수업에 대한 열의는 매우 높다.
조흥순(68·서구 둔산동) 씨는 "4살 때 6·25가 일어나서 집이 모두 없어지고 학교를 다니기도 힘들었다"며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들을 따라 대전에 왔다가 이렇게 문해교육을 받게 돼 너무 좋다. 늦은 나이지만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올 정도로 학교 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조 씨는 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서로 존중해주고 열심히 공부한다"며 "앞으로 반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업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열정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교장 출신의 퇴직 교원들이다.
김정휘 교사는 "1969년 교사생활을 시작해 2008년 대덕중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다 문해교육을 위한 대전평생시민교육대학을 개설하는데 참여하게 됐다"며 "젊음을 보상받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처음 교사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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