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있기에 든든한 충청 500만의 미래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통상 매주 월요일 오전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김기춘 비서실장과 10명의 수석비서관들이 단골 참석 멤버다. 이 중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정진철 인사수석이 대전 충남 출신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이들은 국정 사안을 조율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보좌하는 `어드바이저(조언자)`로서 맹활약 중이다.

#권순일 대법관 후보의 내정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충남 논산이 고향인 권 법원행정처 차장은 당시 같은 충청 출신인 다른 후보 2명과 함께 대법관 후보에 오른 뒤 최종 지명돼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2015년 충청권의 대법관 1명이 물러나는 가운데 지역 안배를 고려했다고는 해도 인적 풀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로써 전체 대법관 14명 중 충청 인물은 4명으로 늘어났다.

청와대와 정부, 국회, 사법부에 포진한 충청 인맥의 덩치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청와대나 대법원 뿐 아니라 국회의 핵심 요직도 대전 충남·북권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강창희 의장-박병석 부의장-정진석 사무총장 등 트로이카 체제에 이어 후반기에도 정우택 정무위원장과 이상민 법사위원장, 홍문표 예산결산특위위원장 등이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충청 인구가 호남을 추월한 것과 맞물려 다른 지역의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사게 되는 이유다. 충청도가 `멍청도`에서 `엄청도`로 옮겨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10% 남짓인 충청 인맥이 급부상하는 데는 특유의 화합형인 데다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최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모나지 않으면서도 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좋은 점수를 받는 배경중 하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와 인사 때마다 발탁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전 충남 출신 장관이 1명도 없는 등 내각에서 충청 비중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점은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충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관철하는 데 한계가 적지 않다.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조율하는 당정협의 때도 마찬가지다. 충남이 지역구인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와 관련, "아무래도 좀 아쉽다. 부처에서 먼저 챙겨야 자연스럽게 지원할 수 있는 데 박자가 안 맞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충청 핵심 인맥들의 지역 색이 두드러지지 않은 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충청 피워 리더들이 지역을 고리로 세몰이를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받아 들여진다. 이들에게는 단순한 친목모임 조차 경계할 정도로 좌고우면하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밀고, 끌어주는 문화가 미미한 데다 지역 현안과 관련해서도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이기 보다는 국정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정서는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다. 지역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돼 행정도시특별법이나 제 2 경부고속도 조기 추진 등을 만들어낸 게 대표적 사례다. 인사 과정에서 충청권 인물들이 중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인사 천거권이 있다.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추천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충청인들은 충청 인물 약진을 통해 정부 수립 이후 거듭돼온 지역 인사 편중을 극복하고,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할 것이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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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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