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가을태풍' 발생 왜

지난 1일 오후 소방방재청의 태풍 ‘나크리’ 관련 상황판단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태풍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소방방재청의 태풍 ‘나크리’ 관련 상황판단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태풍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복 더위를 지나 입추와 처서를 맞았지만 뒤늦은 장마라도 온 듯 연일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마른 장마로 농민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여름은 언제냐는 듯 연일 비를 뿌리고 있는 날씨.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와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의 도움을 얻어 여름 태풍보다 더 무섭다는 가을 태풍에 대해 알아보자.

◇가을태풍 발달 지구온난화가 원인=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을 태풍이 유독 발달하는 이유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데서 가장 먼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수의 온도가 높아지면 태풍에 꾸준히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에 태풍의 세력이 더욱 강력해진다.

또 여름 강력한 세력을 발휘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주지 못하던 태풍이 가을이 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 우리나라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 태풍이 가을을 맞아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공기와 만나면 대기불안정이 큰 상태가 돼 비도 많아지고 바람도 강해진다.

실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기록을 살펴보면 1971년부터 2013년까지 태풍이 가장 많이 발달한 달은 234개의 8월이었고 그 다음이 214개가 발달한 9월이었다. 여름철 태풍과 가을철의 태풍이 사실상 비슷한 빈도로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이 지난 1904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일으켰던 태풍의 순위를 집계한 결과 인명피해를 준 태풍 전체 10위 안에 가을태풍이 2개 이름을 올렸다. 재산피해 10위 권 내에는 무려 4개의 가을 태풍이 들어있다. 우리 기억 속에 떠올릴 수 있는 태풍이름 `루사`나 `사라`, `매미`등은 수 백명의 인명피해를 남긴 태풍들인데 이 역시 모두 9월에 발달한 가을 태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주위 해수온도 세계평균보다 4배=UN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Intergovernmental Panel of Climate Change)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의 평균 해수 온도는 0.19℃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 온도는 이의 4배에 달하는 0.81℃나 상승했다.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연간 3.2㎜나 상승하고 있다. 이 상승속도도 해마다 빨라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상승 속도 역시 세계 평균치 보다 4배는 높은 실정이다. 이 역시 강력한 태풍이 생기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대학교 문일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95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최저 기압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태풍이 점점 강력해 진다는 의미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슈퍼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데이터센터(CDC) 연구진이 1982년부터 2012년까지 태풍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풍의 에너지 최강지점은 10년마다 극지방 방향으로 약 55㎞ 상승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향후 일본과 한국의 태풍 피해를 예상할 수 있는 데이터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기후구로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가을이 아닌 겨울에도 태풍이 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력한 슈퍼 태풍은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슈퍼태풍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해수온도 상승과 해수면의 상승을 막아야 하는 만큼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합의와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오정연 기자

도움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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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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