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 대상 매주 설문조사 ‘무용지물’

32사단 예하부대 소속 간부가 소속 부대원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해당 부대에서 매주 병사들을 대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지만 1년여 동안 전혀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군내 설문조사 등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32사단에 따르면 약 1년 동안 소속 부대원을 구타하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단 예하부대 소속 김모(25)중위를 구속했다.

김 중위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병사 7명에게 상습적으로 머리와 가슴 등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구타를 가한 병사 2명의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병사들이 항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해당 병사들은 수치심 등을 느껴 사진 등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유포하겠다는 말이었다.

김 중위는 병사들의 샤워 장면 사진을 통해 "내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인터넷 등에 사진을 올리겠다"고 병사들을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군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병사들과 친해서 장난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중위의 이 같은 행동이 부대원들에게는 악몽이었다.

김 중위는 지난 해 3월 소위로 임관해 교육을 받은 뒤 같은 해 7월 32사단에 배치됐다. 첫 발령지였던 소속 부대에서 그는 지나가다 마주치는 병사들의 머리와 가슴 등을 때렸다. 일종의 친근함을 나타내기 위한 표시였다는 것이다.

또 부대원들의 샤워 장면을 찍은 이유도 단순히 장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병사들은 김 중위의 이 같은 행동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해당 병사들은 김 중위의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2사단 관계자는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현재 피해 병사들의 감정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발생한 군 관련 사망사고 등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묻혔을 가능성도 있었다. 해당 부대는 매주 설문조사를 통해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확인해 왔다. 김 중위의 구타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고 올해 3월엔 병사들의 샤워 장면 사진이 찍혔지만 해당 병사들은 이를 부대에 알리지 않았다. 최근의 구타 가혹행위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면 과연 병사들이 김 중위의 잘못된 행동을 알렸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군 관계자도 "군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가혹행위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문제점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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