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강아지는 무정한 등산객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였는데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정 많은 매표소 영감이 매표소 한 구석에 마른 풀을 깔아주고 도시락 밥을 좀 남겨주었다. 산중이었기에 치료도 못 해주고 약도 주지 못 했다. 그래도 그 강아지는 명이 질겨 죽지 않았다. 강아지는 매표소 구석에서 살았는데 반 평쯤 되는 매표소에서 생기는 사람의 체온이 그놈을 살리고 있었다.

강아지는 한 달쯤 되자 빠진 털들이 솟아올랐고 몸이 통통해졌다. 그러자 그 녀석은 낮에는 밖으로 나가 매표소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녀석은 힘이 생기자 등산객들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등산객들과 함께 매표소로 돌아왔다. 매표소 주인과 등산객들이 주는 음식 찌꺼기를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그게 그만 습관이 되었다. 강아지는 개가 되고 개는 늘 등산객들과 함께 산을 돌아다녔다. 일부 등산객은 산중에서 캠핑을 했는데 개는 그때도 등산객들과 함께 밤을 지내고 다음 날 매표소로 돌아왔다. 그 개는 처음에는 등산객들의 뒤를 따라다녔는데 나중에는 앞서 갔다. 등산객들을 안내하는 안내견이 된 것이었다.

안내견 헤이지는 점점 그 일에 익숙해졌다. 앞서 가다가 사람들이 뒤처지면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그게 늦어지면 맨 마지막 사람들에게 달려가 빨리 가자고 독촉했다. 가끔 낙오한 등산객들이 쓰러지면 그 옆에 붙어 큰 소리로 짖어 구조원들을 불러들였다.

안내견 헤이지는 그래서 구호견 헤이지가 되었다. 기적은 그래서 일어났다. 헤이지가 그런 일을 하자 등산사고가 거의 없어졌다.

일본에서 가장 등산사고가 많았던 구중연봉은 거의 사고가 없는 안전 등산로가 되었다.

안내견이고 구호견인 헤이지의 도움을 받고 살아난 등산객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동경산악등산회에서 온 여덟 명이 말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등산 경험을 믿고 겨울에 등산을 했는데 그게 잘못이었다.

그때 폭설이 퍼부었다. 퍼붓는 눈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앞섰던 개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 소리 때문에 개가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들은 눈사태를 만나 눈 속에 갇혀버렸다. 그들은 눈 속에서 오도가도 못했다. 그들은 그날 밤에는 거의 절망상태에 빠졌고 두 사람이 쓰러졌다. 그런데 개의 소리가 들렸다. 안내견 헤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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