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그의 발길이 닿은 대전과 충남·북 지역의 성지와 명소를 잇는 관광상품을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지자체와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여론이 높지만 기대대로 세계적 수준의 관광상품이 탄생할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당 지자체에서 기안 전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고, 관련전문가가 참여해 전문적이고 치밀한 분석과 접근을 하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시·군 지자체별로 각기 추진하는 모양새이면 기대하는 성과를 얻기는 난망이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지자체끼리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협력이 절실해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게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방행정이 보여 온 고질적인 특성이다. 현재 보여주는 모습이라면 실제추진이 가시화되더라도 고비용 저효율의 결과만 낳고 말 게 틀림없다. 충남도나 정부가 적극 개입해 주도적으로 끌어가면 이런 현상은 다소 극복할 수 있으나 그럴지 의문이다. 예상되는 다른 종교계, 세력의 저항을 극복할 공공의 논리를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결된 뒤 예산확보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민간이 관련전문가와 결합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제주 올레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해지기까지 제주도청이나 스페인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끌고 갔다는 얘기를 듣기 힘든 게 이를 시사한다. 제주 올레길은 민간 전문가의 기획이 주도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지역 가톨릭의 역사에 세계적인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순례자'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순례길이 됐다.

필요한 선결조건은 또 있다.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잘 제작된 영화·소설 등의 문화 콘텐츠가 탄생한다면 지역의 여망은 의외로 빨리 실현될 수 있다. 영화 '명량'이 히트치자 아산 현충사와 전남·경남 현지 유적의 탐방객이 급증하는 효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교황 방문으로 조명받은 충청권이 영화자본 또는 유명 작가의 창작욕구를 자극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해봄직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