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신작] 내 연애의 기억(이권 감독)

위트 넘치는 유머, 달콤한 사랑, 그리고 스릴러보다 짜릿한 반전으로 무장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가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았다. 로맨스 하면 모두 뻔하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맞는 얘기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든 결국에는 사랑에 이르는 결말이 뻔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톡톡 튀고 개성 넘치게 포장하느냐에 로맨스 영화의 성공 여부는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내 연애의 기억`은 개성면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장르를 한 영화에 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살짝 들기도 했지만 비빔밥처럼 장르적 속성을 한 영화에 잘 섞는 감독의 연출력에 일단 안심할 수 있고, 로맨스 장르에서 의외로 잘 맞아떨어지는 송새벽과 강예원이란 배우가 받쳐주기 때문에 일단 후회는 덜 할 것 같다.

은진(강예원)은 씁쓸한 기억만 남긴 여섯 번의 연애 후 다시는 연애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은진 앞에 나타난 순수하고 로맨틱한 현석(송새벽)으로 인해 은진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은진은 그동안의 허망한 연애는 모두 잊을 만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은진의 마음은 결혼을 앞두고도 사랑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현석으로 인해 또 다시 불안해진다. 우연히 현석의 핸드폰에서 낯선 여자의 수상한 문자를 발견하게 된 은진은 행복했던 일곱 번째 연애마저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현석에 대한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다양한 장르의 매력이 조화롭게 섞인 `내 연애의 기억`은 장르 전환이 자연스럽고 이질감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영화 초반 `은진`이 운명이라고 생각한 남자 `현석`의 바람을 의심하고 실패한 여섯 번의 연애를 떠올리는 장면은 재치 넘치는 전개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현석`의 뒤를 쫓으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캐릭터의 개성을 어필하는 것과 더불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위트와 유머를 적재적소에 드러내며 통쾌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또한 현석의 비밀을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현석에게 미련을 보이는 은진의 모습은 후반부 전개되는 스릴러에 로맨스의 매력을 더한다. 현석의 과거를 단번에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흐름을 다소 늘어뜨리지만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를 더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겁 없이 망가지는 강예원의 코믹 연기와 송새벽의 능청스런 연기는 영화의 혼합된 장르를 매끄럽게 이어 영화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두 주연 배우의 호흡이다. 사랑에 솔직한 모습, 완벽한 줄 알았던 남자친구의 바람 정황에 발끈하는 모습, 숨겨진 남자친구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지는 모습까지 `은진`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려내는 강예원의 연기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모두가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또 `방자전`, `위험한 상견례`, `도희야` 등 많은 작품을 통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낸 배우 송새벽은 완벽하지만 수상한 남자 `현석`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 안에 수많은 사연과 감정이 응집된 `현석` 캐릭터를 서서히 풀어내는 송새벽의 연기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한편, 만화와 연극무대를 연상시키는 이색 연출 기법도 인상적이다. 감독은 은진의 아픈 추억이 남아있는 과거를 스튜디오 촬영, 스틸, 애니메이션 효과 등을 혼합해 개성 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스튜디오 촬영은 따로 찍은 배경을 프로젝션으로 스크린에 투사시킨 후 약간의 소품을 앞쪽에 배치해 마치 연극 무대와 같은 연출 기법을 사용했다.

또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석의 심리를 음악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신선한 사운드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

취재협조=대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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