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군대 성폭력, 왕따, 자살 등의 군대 폭력과 관련된 사고들이 온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사실 이런 군대 폭력 문제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만연되어 왔던 문제지만, 내부적으로 덮어버리거나 책임자 몇 명 정도에게 책임을 묻고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덮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군대의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만 보더라도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윌슨 센터의 한국 분석가인 우드로 윌슨은 이런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를 가르는 경쟁 구도에 의해 발생하는 문화적 긴장을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노동시장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이런 문제도 해소된다는 소리로 들린다.

2005년부터 군에서 발생된 주요 사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때마다 책임자들은 군대문화의 혁신을 천명하곤 했지만 근본적인 혁신은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채 여전히 지금도 군대 혁신을 외치고 있다.

사실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군대 폭력을 어떤 식으로든 다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일들을 얼마나 잘 견디고 적응하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에는 형제 간 순위가 정해져 있는 가정에서 자라면서 형제 간 갈등·해결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학교에서는 엄격한 규율을 따르면서 성장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내성을 키우면서 성장했고, 군대에 가더라도 특별할 것은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핵가족 비율이 2011년을 기준으로 62%나 되고, 1명의 미혼자녀를 둔 가구는 40%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조금의 역경도 경험해보지 않고 어른이 되어간다. 심지어 대학생 자녀의 수강신청까지 대신해주는 부모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내성을 키우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군대에 가게 되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집단생활과 엄격한 군대 규범과 명령 등으로 힘들어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하기 시작한 용어가 신세대 장병이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한 특성으로 합리성을 중시하기에 동기 유발 시 참여도나 책임의식이 강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개인주의 성향으로 단체정신이 약하고 강한 자기표현으로 상급자와의 갈등을 쉽게 야기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핵가족에서 어려움이 없이 자란 경우가 많아 군 생활 적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인내력이 부족하고, 규범 준수나 예의범절 의식이 부족한데,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고 유발, 자살 및 자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용어를 군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최근 군에 입대하는 장병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이해만 하는 데서 끝난다는 것이다. 군대 문화를 개선하거나 시스템이 수정되어야 함에도 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과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계속해서 발생되는 다변화된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몇 년 전부터 군에서는 군상담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전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질적인 운영을 위한 인원과 의지는 미흡하다. 민간 상담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를 채용함에 있어 보수나 대우는 매우 형편없어 내부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역할로 전락할 뿐이다. 이번 기회에 실질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군상담관의 인원 확충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전 간부들의 상담교육과 군상담사 양성, 민간 전문가 단체와의 유기적 협조체계 등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서구의 군대 시스템은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할 점은 민간 전문가와의 연계가 크게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군대는 일률성이 아니라 각 단위마다 문화적 규범이 다르게 적용되는 다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발생된 문제를 수습하는 데 온 정신을 쏟기보다, 선제적인 시스템 개선과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민윤기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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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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