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출신 플루티스트 최나경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진 만큼 자신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져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지인들의 격려와 조언을 들으며 조금씩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1년이라는 시간은 제가 온전히 제 자신의 리더가 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티스트로 활동했던 차세대 대표연주자 최나경(31·사진) 씨가 23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위해 18일 고향인 대전을 찾았다.

정확히 1년 전 인종 차별과 성차별 의혹 속에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재계약에 실패해 팬들과 음악 비평가들을 놀라게 했지만 18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오히려 그 1년이란 시간동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빈 심포니에서 1년 동안 수석 플루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실력도 인정받고 음반 녹음도 하면서 보람 있게 지냈죠. 대부분의 단원과 친했지만 보수적인 몇몇 단원이 입단 초기부터 나를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한국인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죽지 않고 그들에게 흠 잡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죠. 하지만 재신임 투표 과정에서 투표함이 10일 정도 복도에 방치되고 투표율도 이례적으로 높은 것 등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이제는 다 잊어버렸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솔로로 활동하면서도 최씨는 밀려드는 협연 제의와 리사이틀에 유럽, 미국, 한국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공연을 하고 공연이 없는 평범한 일상은 주로 빈에 머물며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홀로 여행을 다니며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나온 다음에 당분간은 오케스트라 단원을 하지 말고 솔로 생활을 해보자고 다짐했죠. 유럽, 미국, 일본, 한국의 오케스트라에서 같이 음악을 하자고 여러 차례 제의가 들어와 조금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 경험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중히 거절을 하고 홀로 생활을 했습니다. 솔로 생활에 적응을 하니 그때 재계약에 실패한 것이 오히려 더 잘됐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솔로로만 생활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웃음)."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은 고향인 대전에서 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기 때문에 남다른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솔로로 활동한 1년 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이번 연주는 공연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부인사와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향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 속에 진행되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를 지켜봤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시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스럽지 않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마음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설레기도 해요. 플루트를 통해 `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생각하죠. 이렇게 부담이 적어서 그런지 항상 고향인 대전에서의 연주는 자유롭게 최상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는 것 같아요."

플루티스트 최나경 하면 자연스럽게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초연곡을 선보이기 때문에 모차르트의 곡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그녀는 인터뷰 도중에도 모차르트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며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연주를 하면 할수록 모차르트가 왜 천재인지, 그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는지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전 모차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함이라고 생각해요. 연주곡 뿐만 아니라 특히 오페라 `마술피리`와 `돈 지오반니`의 아리아들을 좋아하는데 듣고 있다 보면 감동을 넘어 음악의 위대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들으면 들을수록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주는 제 영원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수석단원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홀로서기`에 매진하고 있는 최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나가려고 하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지난 7월에 미국에서 마크 레이콥이 지휘하는 뉴욕 버팔로 필하모닉과 함께 협연을 했고 또 에스토니아에서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인 파브 예르비의 요청으로 협연을 진행했어요. 특히 마크 레이콥은 저를 위한 곡을 작곡해 그 곡을 함께 연주했는데 기분이 참 묘했던 것 같아요. 두 공연을 마친 후 집에서 조용히 생각해보니 제게 참 많은 가능성의 길이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생각이 드니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특히 저를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도 꼭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자가 되려고 합니다. 또 저를 통해 음악가의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해서도 결코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글·사진=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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