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이후 - 上 우리사회에 던진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한국과 세계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인간`, `헌신`, `소통` 세 단어로 요약된다. 교황이 한국에 머무른 100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윤 일병 사건 등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물질주의를 배격하고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말에 감흥 받았으며 갈등과 분쟁을 넘어 평화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가슴속에 되새길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의 방한을 통해 무엇을 남겼는지, 그 의미와 효과는 무엇이며 천주교 성지의 중심지로 충청지역에서의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물질이 아닌 인간이 우선이다=교황은 14일 한국 땅을 밟은 순간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자신의 몸을 낮췄다. 마중을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장애인,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 등의 손을 따뜻하게 잡았으며 교황을 반기는 시민들에게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해서도 장애아들의 공연에 의자를 마다하고 선 채로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또 18일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밀양·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을 초대했다.

이처럼 낮은 곳으로 내려가 이들은 섬기는 모습을 통해 교황은 점점 물질주의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리고 방한 내내 말과 행동으로 인간이 중심에 서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함을 역설했다. 이런 그의 메시지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미사` 강론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섬겨라=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11월 낸 첫 번째 교황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자 행복의 길`이라는 것을 방한 내내 강조했다.

17일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교황은 강론을 통해 "여러분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함께, 더 거룩하고 더 선교적이고 겸손한 교회, 또한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 해를 보내라"고 조언했다.

이는 교회가 앞으로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시대 최대의 희생자인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설 때만이 교회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진정으로 소통해야=교황은 14일 방한 첫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정의와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진정한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서로 연대해 세계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을 호소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천주교 성직자들을 만나는 자리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갈등을 일삼는 정치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준엄한 일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주교 대전교구 한광석 신부는 "우리나라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영향을 받아 물질과 실용주의에 물든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며 "교황의 방문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고 행복한 삶인지, 본질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