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이창래 지음·나동하 옮김)=한국계 미국인인 저자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철저히 계급화된 가상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중국인 이민자 소녀 판의 여정을 그린 책은 계층, 돈, 직업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진단함과 동시에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긴다. 단 네 권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저자의 아름다운 문체와 기발한 상상력 또한 가득하다.

알에이치코리아·528쪽·1만4800원

△방드르디, 야생의 삶(미셸 투르니에 지음·고봉만 옮김)=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저자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소설이다. 책은 문명인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야만인 방드르디의 시각에서 문명과 야만, 인간의 관습, 진정한 자유로움에 관한 물음을 제기한다. 충북대 고봉만 교수의 정확한 번역 또한 완성도를 더한다.

문학과지성사·212쪽·9000원

△사전, 시대를 엮다(오스미 가즈오 지음·임경택 옮김)=사전은 컴퓨터의 등장 이전까지 문자와 언어, 이야기, 기술 등 인류의 방대한 지식을 편집하고 전승하는 최적화된 방법이었다. 책은 고대부터 근대적 백과사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1900년대 초까지 사전의 역사를 통해 일본 지식문화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전들을 연대순으로 살핌으로써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의 내용과 범위, 그리고 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를 통해 권력의 재편과 사회변동을 살핀다. 사계절·296쪽·1만7800원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와 평화(임혁백 지음)=한반도에서 평화, 안보, 통일의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예외적인 것도 아니며, 불가능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기한다. 저자는 한미동맹이 그 역할을 지속해나가려면 미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에 맞게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남남 갈등의 극복과 남북의 화해, 협력의 길에서 나아가 통일 한국의 헌정 체제를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지, 역동하는 동아시아 정세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제언한다. 한울·440쪽·37000원

△13억 인과의 대화(최종명 지음)=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중국에 대한 상식은 버리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중국인의 무지함과 지혜로움과 따뜻함을 파헤친 글이다. 수많은 민족이 수많은 문화를 공유하며 살기 때문에 신비롭고 신기한 일이 수없이 벌어지는 나라 중국. '정치인', '상인', '역사문화', '대중문화', '생활', '신화와 고전'의 6가지 테마로 기존 역사서가 기술하는 중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 설명한다.

썰물과밀물·320쪽·1만4500원

△인문학은 자유다(얼 쇼리스 지음)=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던 사회비평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저자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도움보다 인문학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각 코스를 개설하기 위해 애썼던 관계자와 교사들,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변화하며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갔다. 전 세계에 코스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긴 이 책은 인문학의 역할에 관한 고민의 결과물이자 치열한 실천의 기록이다. 현암사·464쪽·2만 원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김갑수 지음)=시인, 문화평론가, 시사평론가 등 수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본령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클래식 마니아다. 그는 작업실에 3만여 장의 음반과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을 구비해놓고 하루도 빠짐없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평생 클래식이라는 분야에 매진해 온 경험과 경력을 토대로 클래식이 우리에게 얼마나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음악인지 알려준다. 오픈하우스·408쪽·1만8000원

△소수자들의 삶과 문학(윤수종 엮음)='사회적 약자'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사회의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소수자들이 늘고 있다. 소수자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전남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소수자들을 '표준화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책은 지적장애아 부모, 성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병역기피자 등 13명의 다양한 소수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것으로 그들만의 색다른 삶과 그 삶의 의미를 생생하게 내보인다. 문학들·304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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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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