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휴가 여행지는 대개 가보지 않은 곳을 정하게 되는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대하며 새로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휴가를 다녀오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 전환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가 쓴 '제2의 시간'이라는 책이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삶은 5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5세 이전에 느끼는 시간의 길이와 그 후의 시간의 길이가 맞먹는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신기하고 흥미롭게 경험하는 반면, 어른들은 무감각하고 당연한 듯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낀다. 하지만 낯선 곳을 여행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마치 어린아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보듯이 여행자는 낯선 곳의 경치와 사람과 문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속 여행만 다니면 삶을 길게 살 수 있을까. 아쉽게도 여행지에서의 새로움도 6-8일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테일러가 말하는 시간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 몇 가지. 첫째, 몰입하라. 몰입을 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수동적 몰입보다는 회사 업무에 집중하거나 창작 활동에 몰입하는 것과 같은 능동적 몰입을 하라. 둘째, 사물을 무감각하게 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라. 모든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버리고 어린아이같이 호기심을 가지고 신선한 관점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라. 셋째, 상념에서 벗어나도록 하라. 상념은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생각과 기억과 정보가 이리저리 튀는 것을 말한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에 빠지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된다.

몰입을 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위급한 사고 순간에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천천히 흐르는 것과 같다. 생각의 주체가 되는 자아가 마비되고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완전 몰입은 종교적인 경험에서 많이 나타난다. 금식, 명상, 기도를 통해 고차원적 의식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고요함과 행복감이 내면을 지배하고, 감각의 폭이 한층 넓고 강렬해진다. 자연과의 일치감을 이루고 정적인 고요함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는 시간에 매여 살아간다. 대부분 흘러간 과거의 추억과 회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에 붙잡혀 불안과 염려로 시간을 채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현재만이 존재한다. 과거도 현재 기억하는 시간이고, 미래도 현재 내다보는 시간일 뿐이다. 과거와 미래에 붙잡혀 살면서 현재를 놓치는 사람은 시간의 병을 앓는 것과 같다. 시계를 보지 않으며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대 원주민들은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갔기 때문에 초조감이나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한다. 무엇을 완수하려고 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 말고 현재의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돼라.

성경 속에는 현재를 충실하게 산 사람들이 많다. 요셉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요셉은 형들의 미움을 받아 이집트에 종으로 팔려갔으면서도 형들을 원망하면서 세월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보디발의 집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 그러다가 여주인의 불의에 의해 감옥에 갇혔다. 그렇지만 감옥에서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꿈을 해몽하게 되어 결국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다. 형들을 만나게 되어서도 그들에게 원수를 갚지 않고, 하나님께서 기근을 면하게 하려고 형들보다 먼저 요셉을 이집트에 보낸 것이라고 형들을 위로하고 화해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요셉은 과거의 회한에 사로잡히지도 않았고,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절망하지도 않았다. 그는 묵묵히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현재를 성실하게 살아갔던 것이다. 시간의 허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재만을 살 수 있다면 영원에 잇대어 살아가게 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영원한 현재를 사는 것이다.

이달 한남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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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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