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다이어그램.
벤 다이어그램.
중학생 시절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수학책 첫 부분을 공부하고 또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첫 장부터 공부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해 본 사람에게 `집합`은 너무 익숙한 단원이다. 집합의 관계를 알기 쉽게 곡선으로 나타낸 그림 `벤 다이어그램`은 영국 수학자 존 벤(John Venn·1834-1923·사진)이 만들었다. 4일은 수학자 존 벤의 탄생 180주년이다.

존 벤은 수학자보다는 논리학자, 도덕 철학자로 더욱 잘 알려져있다. 조부와 부친 모두 목사를 지낸 엄격한 집안에서 태어난 존 벤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대학 졸업 후 사제 생활을 1년 간 지냈지만 학문에 대한 열의로 다시 케임브리지대학으로 돌아가 학생에게 윤리학을 가르쳤다. 당시 영국의 수학자였던 조지 불이 창시한 기호논리학을 발전시키는 등 논리학에 천착했다. 기호논리학은 수학과 논리학을 모두 다뤄 수리논리학 이라고도 불린다. 집합, 증명, 귀납이론 등을 다룬다. 벤은 집합 이론의 한 부분을 연구해 논리적으로 집합사이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벤 다이어그램을 만들었다.

벤 다이어그램은 전체 집합을 사각형 테두리로 표시한 다음 우리가 흔히 부분집합이라고 부르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부분을 타원으로 표시한다. 벤이 다이어그램을 활용하기 전까지는 사고의 내용을 무시하고 추리의 형식상 타당성이 성립하는 여부를 연구하는 논리학인 형식논리에서 도형이나 다이어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당시에는 이미 라이프니츠나 수학자 오일러의 다이어그램이 존재했지만 벤의 다이어그램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고 벤이 훨씬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다이어그램을 활용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존 벤이 만든 다이어그램의 우수성을 인정해 아예 그의 이름을 붙여 `벤 다이어그램`이라고 불렀다. 존벤은 영국 BBC 방송의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명의 수학자` 조사에서 아이작 뉴턴, 레온 하르트 오일러에 이어 세 번째에 오르기도 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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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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