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英 케임브리지大 교수 KAIST 미래전략대학원서 특강

"경제학은 경제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현재 경제학은 신고전파 경제학이라는 특정 방법론에 규정되는데 방법론 보다는 다른 학문처럼 주제를 갖고 결정돼야 합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장하준 교수는 지난 달 31일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주최로 KAIST KI 빌딩 퓨전홀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특강`을 갖고 최근 출간한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장 교수는 "현재의 경제학은 지난 1930년대부터 받아들여진 `경제학은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 행동을 연구한 과학`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정의의 강점이자 약점인 `합리적 선택`이라는 점만 관련되면 연구의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경제학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이런 풍토 때문에 재정적자나 경제성장, 실업 같은 문제를 연구하기 보다는 `이혼의 경제학`이나 `연애의 경제학`, `마약중독의 경제학` 등에 경제학이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에 경제학 이론이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생물학 연구에 빗대 설명했다.

장 교수는 "생물학자는 생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DNA 연구나 관찰연구, 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현재 경제학은 DNA 분석이라는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생물학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저서에서 경제학의 주요 학파 9개로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 등의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 마르크스 학파, 케인즈 학파, 슘페터 학파, 오스트리아학파, 개발주의, 제도주의, 행동주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장 교수는 "책의 말미에 `망치를 쥔자가 되지 말자`는 언급이 있는데 망치를 쥔 자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어떤 이론을 습득하면 그 틀로만 세상을 분석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신고전파 학자는 경제를 시장에서 일어나는 교환, 소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생산에 별로 관심이 없고, 마르크스 이론으로 보면 모든 게 계급투쟁의 문제로 보여 개인의 문제는 등한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지금까지 다양한 경제학은 학문적으로 다투며 발전해 왔다"며 "경제 이론 한 가지로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경제 현상이 많이 있는 만큼 여러 학파가 함께 존재하고 서로 이종교배 하며 망치보다는 여러 용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스위스 칼`처럼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