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 '2014 차세대 artiStar' 현대 무용가 임 수 정

"대전역 동광장 뒤편에 위치해 있는 소제동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건축물이 남아있는 역사적 장소라고 할 수 있죠. 또 6·25 전쟁 때 소제동은 대전의 대표적인 슬럼이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이처럼 소제동은 역사와 함께 존재했던 장소이고 대전의 근·현대를 설명해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제 강점기의 모습이 남아있지만 그것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건인 것이죠."

건축물은 단순히 하나의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건축물은 스스로 역사가 되기도 한다. 대전에도 이런 역사를 지니고 있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일제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 대전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축물들을 통해 우리의 근대를 가늠해볼 수 있기도 하다. 그중 대표적인 건축물이 소제동에 위치한 철도 관사촌이다.

대전문화재단의 `2014 차세대 artiStar` 무용부분에 선정된 현대무용가 임수정씨가 다음 달 23일 오후 8시 대전의 근·현대 역사가 남아있는 소제 관사 42호 창작촌에서 대전의 역사와 함께하는 현장성 있는 무용작품 `Site-Specific Dance Performance - 존재`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지역문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용, 연극, 시각매체를 통해 즉발적인 관객과의 소통을 창출해내는 `즉흥(improvisation)`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공연의 주요 스텝으로는 연출 및 출연에 남명옥, 안무에 임수정, 조명에 김태섭, 음악에 윤지영, 공연 총진행에 오선례가 맡았다.

"이번 공연은 2013년 대전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제 10차 대전예술기획·경영 아카데미에서 대전 근·현대사전시관 조성TF 고윤수 씨의 `소제동에서 보낸 975일-도시, 경관, 문화 그리고 공간디자인` 강의 내용을 듣고 영감을 얻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소제동은 `소제호(蘇堤湖)`라는 호수에서 유래한 것이다. 1653년 소제호(蘇堤湖) 근처에 우암 송시열이 자신의 거처로 삼았던 곳이고 그 집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20세기 전반까지 대전역 뒤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호수가 있었는데 바로 소제호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대전은 철도의 중심지가 됐다. 일본이 대전역을 건설하면서 아름다운 소제호가 매립됐고 1907년 대전에 일본 신사, 소제공원, 일본철도 노동자들의 관사가 설립되면서 아름다운 소제호(蘇堤湖뭄)는 사라지고 그 경관이 바뀌게 된다. 또 1945년 해방 후 1950년에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소제동은 대전의 대표적인 슬럼으로 변했다. 어떻게 보면 소제동은 역사와 함께 존재했던 장소이고 대전의 근대성을 설명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시를 조사하고 기록화하기 위해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문화컨설팅사업`을 추진하였고 지역의 젊은 연구자, 문화기획자, 작가들로 구성된 `대전근대아카이브즈포럼`을 결성해 소제동의 조사·수집·기록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소제동에는 약 40여채의 일본 철도 관사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소제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조사를 통해서 그들의 기억 속에 남은 소제동을 기록했다.

"이번 공연의 주된 내용은 이 시대의 화두는 인간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어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당대 선조들의 억압과 바쁜 현대인들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몸부림이라는 몸의 행위를 통해서 표현하려 합니다. 몸부림은 존재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본능적인 몸의 행위라고 할 수 있죠. 소제동에서 살았던 일제 강점기의 선조들과 현재 우리들이 일상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상황과 방법이 다를 뿐 분명 그 느끼는 압박감은 같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이번 공연은 시대의 흐름 안에 있는 공통된 인간들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임 안무가는 대전은 현재 도시개발로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 역사적 공간이 남아있다는 강의 내용에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으로써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소제동의 역사를 본인만의 예술관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전의 역사가 남아 있는 현장에서 탄생된 현대 무용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예술의 한 형태를 창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예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합니다. 19세기 중엽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새로움을 시도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의 예술을 있게 한 역사라고 할 수 있죠. 또 지금의 예술은 후대에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가들은 의미 있는 역사로 남기 위해 당대의 역사·사회적 흐름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의식으로부터 독립해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제하며 현상 변화에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제이며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로써 현실에 실제로 있어야 하죠. 조금 어렵게 들렸겠지만 결국 예술은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제동은 예전에도 현재에도 `지금 여기` 살아 있는 공간으로서 그 공간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간의 공통된 감정과 고통을 다루는 작품은 상당히 의미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이 시대의 화두는 단연코 인간이다. 너무나도 빨리 변화되는 사회에서 인간은 아프다.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쉼`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옛 것을 찾아보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잊혀지는 것 들에 대한 기억 등등. 그리고 예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위해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임수정 안무가의 이번 무대가 그런 의미 있는 작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충남대 무용학과과 경희대 무용학과 대학원을 나온 임씨는 현재 사비댄스프로젝트 대표, 대전춤작가협회 사무차장, 대전무용협회 사무차장 등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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