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 듯한 도심의 아파트 숲 속을 떠나 계곡과 바다를 많이 찾는 계절이 돌아왔다. `오솔길 따라 산으로 갈까~ 시냇물 따라 바다로 갈까~`라는 노래 가사가 머릿속에 맴도는 이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멋진 펜션에서의 하룻밤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펜션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펜션은 외환 위기 이후 퇴직자들이 펜션업에 뛰어들면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은퇴 이후 경치 좋은 곳에서 펜션이나 운영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펜션 사업도 전략 없이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간 실패할 위험성이 높다. 이미 수만 개의 펜션이 성업 중이며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펜션 이름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파 시설이 갖춰진 스파펜션에서부터 수영장이 있는 풀 빌라, 캠핑카를 이용한 카라반, 캠핑과 펜션의 중간 지점인 막(幕)구조 형태의 글램핑까지… 건축사의 입장에서 요즘 유행하는 펜션의 경향을 바라봤을 때 흥미를 끄는 것은 건축적으로 훌륭한 공간과 외관을 가진 펜션이 인기도 높다는 점이다. 물론 경관도 좋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인기 있는 펜션 몇 곳은 평범한 시골 동네 논가에 위치한 경우도 있다. 이는 펜션이 좋은 자연환경을 즐기는 곳만은 아니라는 증거다.

우리나라의 펜션 열풍은 세계 어느 곳보다 아파트가 주거형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 살고 있는 집과는 다른 형식의 집에서 보내는 며칠은 건축적인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단 며칠이라도 꿈꿔 온 곳에서 보낸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펜션은 평범한 공간에 찌든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건축적 힐링 장치임에 틀림없다.

펜션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좋은 입지를 찾는 것 못지않게 좋은 설계자를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수영장과 스파시설, 거기다 좋은 풍광을 가진 펜션은 흔하디흔하다. 소위 말하는 `대박` 수준의 성과를 얻으려면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선정한 대지의 조건에 잘 어울리는 그런 건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환경도 건축 공간과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 감흥이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축적 힐링을 겸한 펜션이 인기도 좋다는 점을 필히 숙고해야 할 것이다. 조한묵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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