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완공, 내년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을 놓고 짜고 치는 담합으로 건설업계가 사상 최대 액수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도 입찰에서 담합을 한 28개 건설사에 435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법인과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4대강 사업을 시작으로 대형 국책사업 공사마다 입찰 비리가 터져 나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내로라 하는 국내 건설사 '빅 7'는 총연장 134㎞인 호남고속철도 19개 공구 중 13개 공구를 나눠먹기 식으로 낙찰받기로 합의한 뒤 공구별 낙찰자를 정하고 나머지 건설사들은 돌아가며 입찰 들러리를 섰다는 것이다. 이런 사전담합을 통해 미리 계획해둔 낙찰가로 공사를 따낼 수 있었고, 통상 회사 기밀로 취급하는 투찰률과 투찰 가격도 공유했다고 한다. 심지어 직장인들이 심심풀이 오락으로 하는 사다리타기 방식으로 투찰률을 합의하는가 하면 뒤늦게 입찰에 참여하려는 건설사에게 투찰 가격을 통지하고 들러리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호남고속철도 공사에서 28개 건설사가 이런 방식으로 담합한 금액만 무려 3조598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원칙대로 최저가 경쟁 입찰이 치러졌다면 이처럼 세금이 과다지출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입찰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통상 낙찰가의 10%를 물린다지만, 겉으로는 앓는 소리를 하는 건설사들이 이보다 더 많은 부당이익을 올린 건 아닌지 궁금하다. 과징금보다 부당이익이 크다면 제재의 효과가 없다. 적발될 때마다 적잖은 액수의 과징금을 물어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도 건설사들이 담합을 계속하는 건 결국 입찰 담합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초대형 국책사업에서의 입찰 담합은 국민들이 어렵게 낸 세금을 축내는 악질적인 불공정 행위이다. 과징금 물렸다고 정부 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입찰 담합은 범죄라는 인식이 모든 업계에 확고하게 확산되도록,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도록 제도 보완과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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