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우에노 지즈코 지음·이선이 옮김)=저자는 2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이자 사회학자로 정평 나있다. 저자는 위안부 문제를 일본이 책임져야 하는 이유와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의 문제점, 일본 정부와 전후 세대의 역사인식 등 수십 년간 지속돼온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들을 살피면서 이를 해결해야 할 주체가 일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1998년 출간된 '내셔널리즘과 젠더'의 개정증보판이다. 현실문화·224쪽·1만8000원

△X의 즐거움(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코넬대학 응용수학과 교수로 수학계의 '칼 세이건'이라 불리는 저자가 유치원 산수부터 대학원 수학까지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특별한 일에 도전했다. 저자는 온라인 뉴욕타임스에 '수학의 기본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15주간 칼럼을 연재했다. 칼럼을 바탕으로 출간된 이 책은 올해 수학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책에 수여되는 미국수학협회의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했다. 웅진지식하우스·360쪽·1만5000원

△무질서의 효용(리처드 세넷 지음)=지나치게 질서를 강요하는 사회가 어떻게 어른들의 사고를 경직시키고 개인의 성장을 가로막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도시의 중산층이 비슷한 여건의 사람들과만 어울려 살면서 질서를 추구한 결과 배타적이고 협소하며 폭력적인 행동에 쉽게 빠져든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다양성과 창조적인 무질서를 구성원 스스로가 통합해 나가는 생동하는 도시,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시련과 도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진짜 어른들'의 세계를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다시봄·280쪽·1만6000원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요나스 요나손 지음)='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소설이다. 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빈민촌에서 태어난 '까막눈' 놈베코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바보들'과 '이 세상에 가득한 바보들'에 대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그린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그린 불합리한 체제와 사회에 대한 풍자가 유쾌하다 열린책들·544쪽·1만4800원

△기억 깨물기(에쿠니 가오리 외 5인 지음)='연애소설'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 여류 작가 6인의 단편 모음집이다. 유부녀와 불륜 관계를 맺으며 뒤흔들리는 청춘의 갈등(전화벨이 울리면), 상실의 두려움 때문에 사랑의 열기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늦여름 해질 녘)의 이야기 등 여섯 편의 작품에는 작가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이 담겨있다. 각각의 단편은 초콜릿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매개로 사랑에 관한 감성을 세련되고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소담출판사·208쪽·1만2000원

△스페인 영화(임호준 지음)=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분석했다. 저자는 스페인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로 '국가정체성'과 '작가주의'를 설정해 12명의 스페인 감독들의 영화세계를 살펴본다. 또 그들의 작가주의적 의식이 어떻게 국가적 이슈, 스페인의 예술 전통과 만나는지 고찰한다. 작가주의 영화들이 스페인 내전, 프랑코 독재, 민주화 시대 등을 거치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 이 책은 스페인 영화 개론서일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역사, 정치, 문화에 대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392쪽·1만9000원

△교황과 나(김근수 지음)=해방신학자인 저자가 교황 프란치스코와 한국 교회의 미래를 고찰한 인문서다. 저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를 주장하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등장은 곧 교황청의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더 나아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혁성을 심도 있게 조명하고 그를 교황으로 추대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핌으로써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살핀다.

메디치·262쪽·1만4500원

△지상에서의 며칠(나태주 지음·최영의 역)='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인의 영역(英譯) 시집이다. 표제작 '지상에서의 며칠(A Few Days on Earth)'에서부터 '황홀(Rapture)'에 이르기까지 50편의 시를 엄선했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시인의 정서와 한글의 말맛을 잘 살린 최영의 선생의 영역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함과 동시에 시의 깊이를 더한다.

푸른길·148쪽·1만50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성지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