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 원재훈 지음·올림·271쪽·1만 3000원

고독한 세상이다.

'함께 사는 사회'라는데 정작 내가 외로울 때에 그런 외침은 단지 공익 문구일 뿐이다. 갑자기 '망망대해'에 혼자 떠도는 것 같은 기분을 한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 이다.

이런 세상은 어찌 살아야 할까. 얼마쯤 살아보면 정답을 알 수 있을까. 아니, 정답이 있기는 할까. 애초부터 고독하고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여전히 고단한 이 시대에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북소리를 울리며 중심을 긴장시키는 분들을 만났다. 이분들은 마인드가 자유롭다. 틀을 벗어나 경계선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가면서, 자기만의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책 '단독자'를 출간한 저자의 변이다. 쉽게 말해 존재감 있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 그 것이 책 '단독자'다. 단독자라면 이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기대가 부푼다.

책의 제목이자 저자가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단독자란 개념부터 살펴보자. 철학적 용어라는 어려운 설명을 덮어두고 결론부터 옮겨 적자면 '인간을 하나의 특정한 주관적 존재로 받아 들이고 이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사람이란다. 이마저도 어렵다고 생각하려던 찰라 덧붙여진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나 자신을 바로 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사람, 이 눈치 저 눈치 보지않고 묵묵히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시대 단독자 열명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책에 풀어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목록을 훝어보고 나면 단독자가 무엇인지 조금 더 명쾌해진다.

이어령, 김주영, 한대수, 황금찬, 유홍준, 방배추, 강신주, 최경한, 신달자, 이윤택. 이들을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는 없어도 분명 또렷한 교집합이 하나 있다. 바로 '무소의 뿔'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또 하나의 교집합이 또렷해진다. 이 사람들, 참 달변가다. 무슨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책장이 금세 넘어간다.

저자는 그들에게 "이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대신 한 두가지의 키워드를 던져 놓으면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쏟아낸다. 이어령이 말하는 '선생' 유홍준이 말하는 '음식' 강신주가 말하는 '철학' 신달자가 말하는 '여자의 인생'은 어찌보면 각자 다른 이야기지만 곱씹어보면 결국 하나다.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앞으로 가라'라는 것.

마치 메시아를 찾듯 멘토를 부르짖는 요즘 강신주의 말은 따끔하다.

"모세가 자신의 뒤를 따르는 유대인들에게 저기가 가나안의 땅이다, 어서 가자라고 선동하면, 인문학자는 뒤에서 똥침을 놓습니다. 뭔 말을 하는 겁니까, 메시아와 낙원은 나에게 있는 겁니다. … 내가 나를 구원합니다. 이 세상에 '멘토는 없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하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경전 속의 삶과 우리의 삶은 다른 겁니다. 누구의 뒤를 따라간다는 건 바로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이고, 그것이 족쇄입니다." (178쪽)

'노동은 신선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전설의 주먹' 방배추는 이렇게 말한다.

"노동은 신성한 게 아니야. 노동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거야. 안 하면 처자식이 굶으니까. …예술, 문학, 요가, 마라톤 같은 거 말이야. 그거는 며칠씩 해도 지겹지 않아. … 하지만 노동은 정말 하기 싫은 거야." (147쪽)

독일 광부생활부터 프랑스 노동판, 중동 건설현장 까지 전전하며 생존을 위한 노동으로 몸을 다진 그 이기에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들으면 머쓱해질 말이다. 그는 '싸움꾼' 이었지만 반칙과 원칙의 구분이 확고하다. '전설의 주먹'은 싸움판인 세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격투기와 싸움은 또 달라. 싸움은 룰과 장소가 없어. …싸움은 반칙이 원칙이야. … 세상살이는 경기가 돼야지 싸움판이 되면 안 돼. 반칙이 난무하는 그런 싸움판에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놈들이 승리하는 거야. 대신에 경기는 다르지. 공부하고 노력한 사람이 이기는 거야."(144쪽)

저자가 '단독자'와의 대화를 풀어 놓음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결국 이 세상을 버티는 방법은 내 주먹을 믿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먹질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이 펜이면 작가가 돼라, 붓이면 화가가 되고… 힘이라면 깡패가 돼라. 진리라면 성직자가 돼라. 그것이 당신을 조롱하고 …짓밟는 이 세상을 통쾌하게 때려 부수는 당신의 일이 되기를 바란다. 티끌 같은 부와 명예에 취해서 거들먹거리는 인간들에게 복수하라. 단독자가 되면 가능하다.'

"남 탓하면 늙은 거지요."

책을 덮고나니 강신주와 저자가 나눴다던 짧은 말이 마음에 맴돈다. 최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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