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 대 강(强)의 만남으로 이목을 끈 지난 5월 여야 신임 원내대표 첫 공식회동의 화제는 단연 `회색`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께서 회색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제가 오늘 회색 옷을 입고 왔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는 "다음 회의 때 박 원내대표께서 좋아하는 컬러로 맞추겠다"는 화답으로 돌아왔다. 둘은 `세월호`라는 벼랑 끝 대치 국면에서 팥빙수 회동을 갖는가 하면 정례 회동을 이끌어내는 결실을 거뒀다. 또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여야 원내지도부 청와대 회동을 일궈냈다. `소신`과 `역할`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과거 원내대표와는 한 차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내대표의 핵심 역할을 여야 소통으로 볼 때 성공적인 무대를 합작하고 있는 셈이다.
원내대표가 아닌 정치인 이완구로서는 어떨까. 사실 집권당 원내대표는 `원내 사령탑`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다. 당 전반을 관장하는 대표와 호흡을 맞춰야 하고, 국정의 동반자로서 청와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행보의 방점을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 같은 `민생`에 두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야권과의 스킨십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은 `원내(院內`)를 중요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장최고위원회의 참석을 놓고 불거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18일 7·30 재·보궐선거 지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걸 놓고 여의도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신경전을 벌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등 현안이 많아 원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비슷한 시각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원내대표라면 주요 법안의 처리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타당하지만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막을 수 없었다.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서청원 후보를 크게 따돌린 뒤 이 원내대표에게 쏠리는 과부하를 어떻게 극복할 지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이후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의 지명철회를 놓고 이 원내대표의 건의를 수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벌써부터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친박(친박근혜)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나온다. `원내대표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정치적 계산이 깊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이 원내대표로선 어떤 해석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생래적으로 `내일`을 염두에 두기보다 `오늘`에 올인하고, 정치적 몸 불리기나 줄세우기를 거부하는 이 원내대표에게 딜레마가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그는 총선 불출마와 지사직 사퇴, 투병 같은 고비를 여러 차례 이겨냈다. 이런 정치 역정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청와대와 여권 내부의 복잡한 기류와 권력구조는 그에게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지켜보게 한다. 이 원내대표는 `약속을… `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회색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야권과 `회색의 정치`로 `접점`을 찾아가는 건 이미 본 그대로다. `회색`에서 국가와 충청의 이익을 조화시키고, 이념·지역·세대·계층 같은 갈등 조정의 해법을 도출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새누리당 내부에 회색 정치 문화를 착근시키느냐 여부다. 정치인 이완구의 행보와 돌파력이 주목된다.
서울지사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