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5주년 맞은 대전 대표 갤러리 '이공' 전 형 원 대표가 말하는 현대 미술과 갤러리

 전형원 이공 갤러리 대표는
전형원 이공 갤러리 대표는 "전시를 많이 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그만큼 작가들과 대중들의 발길이 끊이 질 않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 있어서는 스스로도 대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대전에서 제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설갤러리를 꼽으라고 한다면 누구나 주저 없이 대흥동에 자리잡은 이공갤러리를 말할 것이다. 1999년 7월 1일 개관전을 시작으로 문을 연 이공갤러리는 지난 15년간 470여 회의 전시를 진행하면서 지역 작가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단순히 작가들의 개인전을 여는 장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획전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세계미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때로는 선도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글로컬리즘(Glocalism)'에 앞장서고 있다. 21일 안치인 작가와 유종국 작가의 2인展이 열리고 있는 이공갤러리에서 전형원(56·사진) 대표를 만나 대전 미술계가 성장하기 위한 방안과 현대 미술의 흐름에 대해 얘기 들어봤다. 다음은 대표와의 일문일답.

-개관 15주년을 맞이했는데 소감은.

"대전에도 20년, 30년씩 갤러리를 운영해온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15년이 됐다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성실하게 전시를 열어왔다는 것에 조그만 자부심을 느낀다. 지금까지 470회 넘게 전시를 했고 올해도 37회 정도 계획이 잡혀있다. 꼭 전시를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만큼 작가들과 대중들의 발길이 끊이 질 않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 있어서는 스스로도 대견하게 생각한다."

-이공갤러리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이공갤러리는 동시대미술 특성화 갤러리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미술이 아닌 현대 세계미술의 가장 최첨단과 맞닿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 미술사조에 있어 모던, 포스트 모던, 그리고 동시대라는 뜻의 컨템포러리(contemporary)를 넘어 가장 '핫' 한 미술을 커런트 아트(current art)라고 표현하고 있다. 동시대미술은 어떤 패턴화 된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표현양식을 통한 독특하고 개성적인 시각을 담은 작품들을 되도록 많이 대중에게 선보이고 이를 통해 세계미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공간을 만들어보고자 지역에서 이런 고민들을 담고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많이 진행했다."

-지금까지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전시는.

"기억에 남는 전시는 주로 해외작가와 국내작가가 함께했던 기획전들이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진행한 '상생과 영감'展은 처음에 독일작가 4명을 초대했고 이후 일본작가 8명이 더 참여해 한국작가와 함께 16명의 작가가 함께 한 전시였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장르 중 하나인 '사진'을 소재로 한 전시였는데 현대 미술에 있어 사진이란 장르의 변형 가능성에 대해 모색해보는 좋은 전시였다고 생각이 든다. 또 2008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HICA展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평면회화, 조형 등 다양한 장르가 동원된 전시였는데 일본작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면서 예술로 동아시아의 민감한 정치적, 역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된다."

-수 많은 작가들의 전시가 이공갤러리에서 열렸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가는.

"5년 간의 투병생활 끝에 2008년 안타깝게 작고한 육태진 작가가 생각난다. 1990년대 이후 부각되기 시작한 영상매체 작업의 중심엔 항상 그가 있었다. 영상과 비디오 설치,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은 그의 작품을 설명해 주는 키워드였고 작품에는 나 혹은 너, 작가 자신 또는 익명의 현대인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자화상이 반영돼 있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는 작품도 있고 철길에서 흔들리는 자아. 또 어떤 것 들은 의자에 앉아 쳇바퀴 돌 듯 도는 작품들도 있다. 이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현실에서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현대인의 일상과 흔들리는 내면 등을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한 작가였다. 특히 그의 2002년도 작품 '거울(Mirror)'에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작가가 교차해 나타난다. 머리카락과 먼지가 쌓여 있는 작은 서랍 안에는 나비의 모습도 보이는데 오래된 경대의 거울 안 에서 작가는 흑과 백이 혼미해지는 시간을 거쳐 점점 투명해진다. 이 작품을 보면 장자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앞으로 계획과 대전미술계 발전을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서울 인사동 화랑 대표들과 만나면서 나눈 얘긴 데 올해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 이공갤러리가 좋은 전시가 많이 열리는 곳이라는 얘길 들었다. 이만큼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만 대전은 무엇보다 이런 활동을 뒷받침 해줄 문화소비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1차 생산자인 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특히 대흥동을 중심으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물건도 사면서 소비활동을 한다. 그러면 인근 식당이나 상점들이 상생의 정신으로 작품들을 하나씩 구입하기만 해도 미술계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대전도 이제는 의사, 연구원, 사업가 등 구매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문화 생산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어린 작가나 문화 창작자들을 위해서라도 구매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결국 어느 도시나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은 지역의 문화예술의 수준이 어떠하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공갤러리는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작가들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쉽게 선보일 수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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