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취식·절도 등 범죄 고개

무더위 속에 잠 못 이루는 노숙인들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경찰에 적발된 노숙인 범죄는 4건으로 실제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노숙인들은 대부분 절도와 무전취식(사기) 등의 민생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동부경찰서는 무전취식을 한 혐의(상습사기)로 이모(44)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노숙생활을 하던 중 지난 10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달 새벽 4시까지 대전역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같은 범행을 이미 여러 번 저지른 전과도 있었다.

이씨가 특별히 직업도 없이 노숙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적발이 돼도 두려울 게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속여 전국의 노숙인 300여 명을 감금한 뒤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받아 챙기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노숙인 관련 범죄는 계절적인 요인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여름이나 겨울에는 노숙인들의 생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일부러 교도소행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날씨로 인한 힘든 생활로 인해 `잠자리와 식사를 제 때 제공하겠다`는 감언이설에도 넘어가기 쉽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노숙인들을 잠정적 범죄자나 범죄 대상자로 여기기 보다는 이들을 사회 안전망 내로 이끌어내 자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대전의 노숙인 쉼터 `벧엘의 집`을 운영하는 원용철 목사는 "현재 대전역 인근을 중심으로 150여 명의 노숙인들이 생활하고 있고 혹서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적어도 혹서기와 혹한기에 노숙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뿐만아니라 정부차원에서 노숙인에 대한 지원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사회 안전망 밖에 있는 이들을 안전망 안으로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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