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전적 요인은 5-10%뿐 술·담배 안해도 발병하기도 박건우 대전웰니스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위암 환자가 외래에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평생 살면서 술, 담배 해본 적도 없고, 가족 중에도 암 환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가끔 소화가 잘 안 된 적은 있지만 배가 아픈 적도 없었는데 위암 4기라니요. 참으로 환장할 노릇입니다. 제가 왜 암에 걸렸고 언제부터 암에 걸렸을까요?"

환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해답을 찾지만 나로써도 무엇 하나 시원하게 설명할 재간이 없다.

흔히들 알고 있는 것처럼 술, 담배, 음식, 직업력, 감염, 가족력, 환경 등 워낙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또 개인에 따라 취약성의 정도가 달라 윈스턴 처칠처럼 90살 가까이 담배를 피워도 멀쩡히 장수한 사람이 있는 반면 40살 전에 폐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있다. 그렇다면 역시 암은 복불복이요, 팔자소관이라고 방관하며 사는 게 과연 정답일까?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암 발생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이 5-10% 정도이며, 후천적인 요인이 90-95% 정도라고 한다. 그 말인 즉은 암 환자 중 10명 중에 한 명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소인으로 인해 특정 암이 잘 발생할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 이로 인한 위험을 평생에 걸쳐 가지고 살지만 10명 중 나머지 아홉 명은 본인의 노력이나 환경 개선 등의 노력에 의해 암을 피해갈 수 있는 기회가 늘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후천적 요인에는 세균감염이나 식생활 습관,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대한 노출, 호르몬제 사용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 시켜 개개인의 암 발생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할 수가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가까운 병원에서 손쉽게 건강 검진을 실시해 설령 암이 생기더라도 빠른 조기 발견을 통해 완치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검진, 특히 내시경의 발달로 인해 위암의 발생률은 외국과 비교해서 여전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빠른 발견으로 인해 이전과 비교해서 완치율이 급격히 높아져 가고 있으며 이러한 완치의 기회는 대장암이나 간암 등에 있어서도 더욱 더 늘어나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요즘 흔히 사용하는 문장이지만 암 발생을 줄이고자 한다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피하고 살아야 한다. 폐암 말기를 진단받고 금연을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흔한 말이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생활 습관이다.

본인이 왜 암에 걸렸는지 묻는 환자에게 답해줄 수 있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폐암 환자에게 담배가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은 할 수 있지만 100% 담배가 원인이라고 답하기는 사실 어려움이 있다.

사실 암에 걸린 원인을 다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며 지금 와서 그 원인을 안다고 한들 이미 치료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벗어버리고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결국 정답 없는 답안지를 받아 들고 고민하는 것 보다는 알고 있는 답안지를 들고 오답을 피해가는 것, 즉 암 발생의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본인의 건강은 본인이 최대한 유지하는 것만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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