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명산 16좌 원정대 ⑤덕유산

 지난 18일 전북 덕유산에서 진행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명산 16좌 원정대' 다섯번째 산행에 참여한 등산 애호가들이 비를 맞으며 산을 오르고 있다.  장길문 기자
지난 18일 전북 덕유산에서 진행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명산 16좌 원정대' 다섯번째 산행에 참여한 등산 애호가들이 비를 맞으며 산을 오르고 있다. 장길문 기자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러 무주 리조트를 찾긴 했는데 덕유산 산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록 비는 내리지만 엄홍길 대장과 함께 백련사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를 생각입니다."

충북 충주에서 온 원정대 김한성(44) 씨의 표정은 빗 속에서도 밝아보이기만 했다. 김 씨를 비롯해 덕유산국립공원 구천동 주차장에 모인 800여 명의 원정대원들의 표정은 모두 한결 같았다. 날씨에 상관없이 산을 경외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대전을 떠날 무렵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던 장맛비는 다행히 덕유산국립공원 근처에 이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보슬비로 바뀌어 있었다. 길 양쪽에 길게 늘어선 겨울 스포츠 관련 상점들과 식당들을 지나 구천동 주차장에 이르자 우의를 입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밀레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전국 각 지역에서 원정대들을 싣고 온 버스들이 질서 정연하게 주차를 하고 있었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주최하고 대전일보사가 후원하는 `밀레-엄홍길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6좌 원정대` 다섯 번째 산행이 18일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 위치한 덕유산(德裕山)에서 진행됐다.

이번 산행은 덕유산국립공원 구천동 주차장에서 출발해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길을 따라 월하탄 - 구월담 - 안심대 - 백련사에 이른 뒤 다시 안심대 - 월하탄 - 구천동 주차장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였다. 이번 코스는 지금까지 산행 중 가장 평이한 코스였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주차장에서 월하탄에 이르는 길은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걷기 불편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탐방로`여서 산책하기에는 그만인 코스였다.

하지만 이번 산행의 변수는 `장맛비`였다. 주차장 옆 행사장에 모인 원정대들은 조금씩 내리는 빗줄기에 개의치 않고 가져온 우의를 입거나 일부는 우산을 쓴 채 엄 대장을 기다렸다. 곧이어 트레이드 마크인 카키색 중절모를 쓰고 무대에 오른 엄 대장은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로 덕유산이 떠나갈 듯 원정대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는 "비록 비가 살짝 내리지만 오히려 이런 날씨가 등산하기에는 제격"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덕유산의 기운을 듬뿍 받아가길 기원한다"며 인사말을 건넨 뒤 원정대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뒤 본격적인 덕유산 산행을 시작했다.

봄 철쭉,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의 아름다움이 유적과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덕유산은 전라북도 무주군·장수군과 경상남도 거창군·함양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 1614m에 소백산맥의 중앙에 솟아 있다. 주봉인 향적봉과 남서쪽의 남덕유산(1594m)을 잇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며 북동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원당천은 깊은 계곡을 흘러 무주구천동의 절경을 이루며 금강으로 흘러 든다.

덕유산의 절경과 무주구천동 계곡 및 산정(山亭)·사찰 등의 문화유적이 있어 무주군을 중심으로 한 이 일대를 1975년 2월에 덕유산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공원의 대표적 경승지는 나제통문(羅濟通門)에서 북덕유산 중턱 아래 백련사까지 28㎞에 이르는 무주구천동이다. 기암괴석·폭포·벽담(碧潭) 등과 울창한 수림경관이 조화된 33경(景)이 있다. 제1경(景)인 나제통문을 비롯해 가의암·추월담·수심대·수경대·청류동·비파담·구월담·청류계곡·구천폭포 등이 있다.

덕유산은 등산 초입부터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맞게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 절경에 넋을 잃게 만들었다. 무주구천동 33경 속을 걷는 황홀한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감동이었다. 그러나 이런 원정대의 행복을 하늘이 시기라도 한 것인지 산행을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나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며 원정대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이로 인해 몇몇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버스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정대는 포기하지 않고 비를 맞으며 한 걸음씩 내디뎠고 월하탄에 이르렀을 즈음 빗줄기는 가늘어 지기 시작했다. 비가 멈추자 다시 덕유산의 절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 제대로 앉아서 쉴 곳도 없었지만 삼삼오오 등산로 주변에 서서 오이와 과일 등으로 갈증을 풀며 물 안개가 낀 구천동 계곡의 절경을 바라보는 기분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함이었다. 특히 월하탄은 무주구천동 33경 중 15경으로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폭포 소리는 빗소리를 삼켜버릴 정도로 시원했고 월하탄을 기점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만난 구월담, 안심대 등도 원정대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절경을 바라보는 기쁨 속에 원정대들은 12시를 조금 지나 백련사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덕유산 자락의 해발 900여m 지점에 위치한 구천동 33경 중 32경인 백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17교구 본사 금산사 말사로서 신라 신문왕(681-691)때 백련스님이 하얀 연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세웠다고 전해진다.무주구천동에 위치하고 있는 14개의 사찰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찰로 대웅전을 비롯해 다양한 건축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한국의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백련사에서 점심을 마친 원정대는 다시 엄 대장을 필두로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도 험하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려 많이 미끄러운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주차장에 다시 도착한 원정대들은 근처 식당에서 시원한 막걸리에 파전을 먹거나 산채비빔밥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한 주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보낸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최신웅 기자

◇다음 산행은 내달 29일 유명산에서 진행됩니다. 참가 희망자는 대전, 세종, 충남·북 지역 밀레 매장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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