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 (전 3권) 허영만 지음·시루 각권 276쪽·302쪽·272쪽·각권 1만 3800원

"달래를 씻고 다듬어. 준비해둔 바지락 육수에 된장을 풀어. 짜지않게 된장량 조절 잘해. 바지락 육수가 끓는 사이 양념을 준비하자. 두부는 깍둑썰기, 애호박 양파는 반달썰기, 고추는 어슷썰기. 참! 호박을 먼저 넣어. 늦게 익거든."

바지락 달래 된장찌개를 말로 끓이는데 입안에 침이 고인다. 종이 위 찌개에서 금방이라도 구수한 냄새가 퍼질 것 같다.

허영만 작가의 '식객2'가 출간됐다.'식객'이 '팔도 냉면 여행기' 편을 끝으로 완간된지 4년 만이다. 성찬과 진수가 전국을 누비며 맛을 찾고 요리를 나누던 전편과 달리 '식객2'는 '그냥밥집'이라는 식당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총 세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면 컬러인 점도 눈길을 끈다.

전국 방방곡곡의 음식과 식재료 그리고 맛집을 담아온 식객은 단순히 재미있는 만화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철저한 취재와 자료,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음식 만화를 수준높은 인문학 서적의 위치까지 끌어 올렸다. 신선한 재료와 깊은 손맛, 거기에 진한 감동의 이야기까지 곁들인 진수와 성찬의 음식 이야기는 11년간 27권의 책으로 독자에게 소개되었으며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사랑 받았다.

그 '맛'은 식객 2에서도 여전하다.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제철 재료에 버무려 요리하는 '그냥 밥집'에는 사람의 맛이 숨쉰다.

뜨끈한 밥에 얹어 먹는 고소한 대구 내장젓, 고소한 뒷통, 찰진 항정살, 달달한 콧등살 등 오묘하고 다양한 맛이 매력적인 김해 뒷고기, 소복하게 담아 쓱쓱 비벼먹고 동동주로 마무리하는 보리밥까지 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 갈수록 허기가 밀려온다.

1편 '그리움을 맛보다'라는 주제로 시작하는 책은 대구내장젓으로 시작해 3편 '사람을 만나다'의 어묵과 오뎅까지 14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주인공이자 '그냥밥집' 주인은 식당을 찾는 단골 이웃들에게 요리를 통해 추억과 사랑을 되살려 준다.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하던 할머니가 대구 내장젓에 척척 참기름을 쳐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우고는 "어멈아, 내가 심이 엄써서 앞으로 장자젓 담그기는 틀릿으니 내 젓갈 생각나믄 이 집에서 무라잉"이라며 활짝 웃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바로 식객의 묘미다.

식객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소박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때로 화려하고 도도해 보이는 음식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느낌이 잘 꾸며진 음식 자체에서 나오는 것인지 최고라는 재료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알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런 음식은 몸 안에서도 고분고분 넘어갈리가 없다. 탈이 나지는 않더라도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까지 든든한 그런 느낌은 기대하기 어렵다.

식객이 차려내는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다. 내 고향이 아닌 지역의 낯선 음식일지라도 이질감이 없다. 한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에 쉽게 집어먹기 꺼려지는 재료일지라도 책을 읽다보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맛에 관한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다. 식객의 소박한 음식이 어느 화려한 음식보다 군침도는 이유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인생 40주년을 맞아, 끝난줄 알았던 식객이 이렇게 다시 찾아와 '식객 시리즈'가 되었다니 반가운 일이다. 최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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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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