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소비하다(제롬 드 그루트 지음)=오늘날 역사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는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역사가들의 생각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등장한다. 책은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로 활동하는 저자가 컴퓨터 게임에서부터 TV 드라마 `다빈치 코드`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이르기까지 현대 대중문화 속에 자리한 역사를 분석한 것이다. 문화적 상품으로 포장된 허구화된 역사를 소비하는 방식을 통해 오늘날의 문화를 이해하고 대중과 역사와의 관계에 대해 살핀다. 한울·560쪽·5만6000원

△샤나메(아볼 카셈 피르다우시 지음·헬렌 짐머른 편역)=`페르시아어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볼 카셈 피르다우시가 35년에 걸쳐 완성한 페르시아 문학의 고전이다. 산문, 운문으로 구성된 책은 창세부터 7세기 이슬람의 침입으로 페르시아가 멸망하기까지 이란의 1200년 신화와 전통 그리고 역사가 총망라된 대서사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시아·336쪽·1만5800원

△믿음이란 무엇인가(이종성 지음)=충남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역사적으로 전개된 다양한 믿음(信)의 양상을 살핀 책이다. 단순히 거짓 없는 진실성을 의미하던 믿음은 춘추전국시기 유가(儒家)에 의해 도덕적 덕목의 하나로 부각되었고, 이는 인간이 반드시 지키고 간직해야 할 덕목의 하나로 구체화되었다. 그는 `시경`, `서경` `주역`, `춘추` 등 유교 경전뿐만 아니라 중국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 속에서 전개된 믿음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해석을 12가지 입장에서 자세히 살핀다. 글항아리·376쪽·1만8000원

△교황 프란치스코의 천국과 지상(교황 프란치스코·아브라함 스코르카 지음)=`빈자를 위한 성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일한 저작으로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종교, 정치, 홀로코스트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에서부터 이혼, 낙태, 동성애, 안락사 등 교회내부에서조차도 금기시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다. 내달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다. 율리시즈·312쪽·1만6000원

△도시해킹(브래들리 L. 개럿 지음)=인류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에서 민족지학을 연구하던 저자의 폐건물 잠입 모험기(?)다. `도시해킹`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저자는 영국 최고의 도시해킹 공동체인 `LCC`와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 등 세계적인 대도시의 폐쇄된 지하철역, 하수도, 구 소련 잠수함, 발전소, 군기지, 병원, 탄광 등을 탐험하며 출입금지구역의 실체를 폭로했다. 이들은 마지막 해킹 목표인 대영박물관역을 공략하던 중 런던경찰국에게 전원 체포됐고 현재까지도 재판은 진행중이다. 정부들이 그어 놓은 경계를 넘어가면서 `금지의 경계`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메디치미디어·368쪽·1만7000원

△상실의 시간들(최지월 지음)=주인공 석희가 엄마의 죽음을 치러내면서 49재에서 탈상인 100일까지의 이야기를 세세하고 꼼꼼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언젠가는 누구나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서술한다. 당연한 듯 있었던 존재의 상실을 말하는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제 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한겨레출판·324쪽·1만3000원

△잘 왔어 우리 딸(서효인 지음)=시인인 저자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딸을 얻고 `진짜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낸 산문집이다. "다운복지관은 노원구 화랑대역에 있다. 거기에만 있다…세상은 참 이상한 것 같다. 아픈 아이의 자세와 걸음마, 언어와 인지를 도와주는 병원은 별로 없지만 멀쩡한 어른의 다이어트, 오뚝한 코, 눈 밑 애굣살을 위한 병원은 많다." 시선을 달리한 시인의 진술들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아프고 아름답다. 난다·280쪽·1만3000원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이택광 지음)=`박근혜`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그 무엇`을 밝히고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 정치사와 민주화 과정을 분석한다. 그 회귀점이 된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과정은 노동자 계급이 배제된 `구체제 엘리트`들이 주도했고 자유주의가 정치사회의 중요한 이념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와 개인에 방점을 찍는 `자유주의`가 동시에 통제하는 한국사회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중요 세력으로 등장한 `도시중간계급`을 주목한다. 시대의창·26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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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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