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락 지루하단 편견 깨고파…저희 보면 신명나겠죠?"

1981년 개원 후 연간 100여 회의 국악공연을 진행하며 국악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이 지난 4월 모처럼 만에 신입단원들을 선발했다. 아직은 연정국악단원으로 3개월 정도 밖에 활동하지 않은 새내기라고 할 수 있지만 공연마다 뜨거운 열정으로 주위를 놀라게 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미래의 보배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무대에 오를 때 그녀들은 언제나 한복을 곱게 차려 입는다. 정갈한 몸가짐으로 오 천년 동안 이어진 우리 민족의 얼이 깃든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모습은 마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선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때로는 엄숙하게 그리고 때로는 신명나게 우리 가락, 우리 소리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그녀들을 만나 국악에 대한 매력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여성으로서 고민과 꿈에 대해 들어봤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연정국악문화회관을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른 국악원과는 다른 연정국악원만의 개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쪽에 국한되지 않고 국악의 모든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결혼`이었다.

한국 사회 여성으로서 취직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결정은 결혼이기에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되는지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조금은 귀여워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자신들의 일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국악을 대중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그리고 국악전용극장과 함께 새롭게 변화하게 될 대전연정국악원, 나아가 대전의 국악이 어떻게 외부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에는 진정한 예술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각 신입단원들의 얘기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해금 연주자 김준희(28)=원래 피아노와 플루트를 전공했었는데 유학을 준비하던 중 국악 공연을 우연히 보고 진로를 바꾸게 됐어요. 특히 해금 소리를 듣고 가슴을 울리는 소리가 이런 소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죠. 그게 초등학교 때인데 명주실로 내는 해금 소리를 평생 연주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진로를 바꿔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원래 서울이 고향인데 대전에 온 이유는 연정국악원만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국악원은 관현악이 주를 이루는데 연정국악원은 무용, 기악, 정악, 또 창작곡 등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그만큼 종합예술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더 배울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국악을 연주하면서 느낀 점은 국악이 우리가 생각했던 거 보다 많이 대중화됐다는 점이에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악은 친숙하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그런 편견을 버리기만 하면 주변에서 쉽게 국악 공연이 펼쳐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거에요.

△판소리 이윤아(25)=대전이 고향이라 항상 연정국악원의 공연을 보면서 이 곳을 인생의 목표로 정하고 국악 공부를 했어요. 특히 부모님이 국악을 하길 원하셔서 사물놀이, 가야금 등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게 해 국악에 대해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셨죠. 판소리는 어느 날 진도아리랑을 따라 부르는 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권해서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에 들어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점점 나지 않던 소리가 나오고 실력이 향상돼 가는 것을 느끼면서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죠. 흔히 사람들은 박동진 선생님이 중고제를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선생님은 자신만의 창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당제를 하셨죠. 그래서 저도 인당제를 한다고 할 수 있어요. 29일에 연정국악문화회관 개원 33주년 정기공연 창극에 주인공 춘향 역을 맡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무용 이수미사(29)=저는 초등학교 때 무용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학원에 갔다가 처음 전통무용의 매력에 빠지게 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됐어요.

그때 북춤을 본 것 같은데 북소리가 제 심장을 두근 거리게 만드는데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룬 것 같아요. 그후 중학교에 입학해서 학원에 다니며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을 배우면서 진로를 한국무용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뭔가 움직임이 활발한 춤보다는 살풀이나 승무처럼 정적이면서도 내면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춤사위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연정국악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연정국악원이 전통을 중시하면서 궁중무용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저와 가장 잘 맞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선택하게 됐습니다.

△가야금 연주자 정현주(31)=어머니가 가야금을 연주하시던 분이라 자연스럽게 가야금을 하게 됐고 중·고교를 모두 예술학교를 나오면서 이제는 가야금 없는 제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특히 가야금은 요즘 25현 가야금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공연 때도 비틀즈의 노래들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등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악기라고 생각해요. 이제 11월에 국악전용극장이 생기고 연정국악원이 그 곳에서 생활을 하게 될텐데 지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들을 우리 신입단원들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특히 국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악의 대중화와 연정국악원의 명성을 보다 더 많은 곳에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만의 브랜드 공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국악원과는 차별화 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개발해서 꾸준히 공연을 한다면 그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연정국악원이 보다 더 유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한 대표 브랜드 작품을 만드는데 앞으로 우리 신입단원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해금연주자 임가은(28)=저는 대구가 고향인데 대구에서는 관현악단 위주기 때문에 정악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정국악원을 선택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원래는 피아노를 전공했었는데 중학교 때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해금을 접하게 됐어요. 두 줄로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처량하면서도 우아한 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었죠.

이제 취직도 했고 신입단원들에게 앞으로 인생의 큰 목표라고 한다면 무엇보다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매일 국악을 공부하고 연주하기 때문에 우리들을 우리들의 나이로 보지 않는 경향이 사람들에게 있는데 우리들도 엄연히 요즘 시대의 젊은 여성들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시대의 여성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걱정을 함께 공유하고 있죠.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런 고민들을 혼자 숨긴 채 끙끙 앓는 것 보다는 신명나는 우리 음악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고 흥겨운 춤사위로 날려버리기 때문에 언제나 밝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앞으로 많은 분들이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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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무용 이수미사(29), 가야금 정현주(31), 판소리 이윤아(25), 해금 임가은(28), 해금 김준희(28)씨.    사진=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제공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무용 이수미사(29), 가야금 정현주(31), 판소리 이윤아(25), 해금 임가은(28), 해금 김준희(28)씨. 사진=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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