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직한 리더는 신뢰 기본 직원들 배려·보살핌 큰 덕목 나보다 다른사람을 위한 삶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 "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키스 머니건 교수는 리더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직원들을 꼼꼼히 통제하는 '두 섬싱 리더'(Do Something Leader)와 직원에게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두 나싱 리더'(Do Nothing Leader)입니다. '두 섬싱 리더'는 자신도 일에 바쁘고 부하들을 믿지 못하고 항상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조직이 된다고 합니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 '두 나싱 리더'는 사실 리더가 할 일과 직원이 할 일을 구분하고 그 역할에 맞는 일을 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리더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서, 동기부여를 하고 맡은 일을 격려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머니건 교수는 '두 나싱 리더'의 본보기로서 미 해군 함장이었던 마이클 애브러쇼프를 들고 있습니다. 재입대율이 형편없었던 벤폴드함을 인계받고서 애브러쇼프가 한 유일한 일은 갑판 위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만나는 사병마다 따뜻하게 말을 걸었고, 임무를 열심히 하는 사병에게는 규정에 관계없이 후하게 훈장을 수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자 재입대율이 28%에서 99%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지도자는 '푸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보살피는 '거친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한복음 21장에 보면, 예수가 자신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제자 베드로에게 나타나 그에게 사랑을 확인하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세 번씩 같은 말로 사랑을 확인하는 질문은 베드로에게 있어서 불편할 수 있었지만, 베드로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스승의 '거친 사랑'이었던 셈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에게서 '두 나싱 리더'로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에게 중요했던 것은 베드로의 상실된 마음을 보듬어주고 용서와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용기를 가지고 사명을 감당하게 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였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지도자는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성과가 부각되는 순간, 사람은 사라지고 일만 남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수에게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교회를 누가 제대로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예수에게 더 중요했던 문제는 베드로라는 한 인간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중요한 일'과 '시급한 일'의 순서를 혼동함으로써 사태를 그르치는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시급한 일'도 시급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요한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섬싱 리더'와 '두 나싱 리더'의 또 다른 차이점은 어떻게 일하는가보다 오히려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섬싱 리더'가 리더 자신을 위해서 일하거나 그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을 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두 나싱 리더'는 다른 사람을 섬기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볼 때, 예수는 베드로가 자발적으로 섬김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나 교회를 보면, 자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다른 사람의 몫까지 빼앗아버리는 지도자가 많습니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조직이 되려면 다른 사람을 동료로서 인식하고 세워주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또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애쓰는 지도자들을 흔히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용납하는 일에 등한시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예수에게서 '두 나싱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는 얼마든지 이 세상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성경은 예수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막10:45)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섬김은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달 한남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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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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