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알바생 -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도시 변두리의 한 편의점. 그곳에는 대학생, 자퇴생, 인디 뮤지션, 배우 지망생, 동성애자, 탈북자, 중년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알바생'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설레게 사랑하고 서툴게 이별하며, 진상 손님들에게 시달리기도 하고, 사장의 눈을 피해 몰래 음악 연습을 하거나 토익 공부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각양각색의 알바생들과 손님들이 시계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편의점의 하루는 오늘도 무사히 흐르는 듯하다. 그런데 24시간 편의점에 불이 꺼지고, 하나 둘 손님들이 모여들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편의점의 하루는 예상치 못한,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말로 치닫는데….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너무 밝은 불빛 아래에서 점점 창백해져 가는 인간들에 대한 미시적 관찰기이다. 영화는 하루 동안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편의점에서 시작하여 끝을 맺는다. 각각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듯 이들 모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얼굴로 드러난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작은 조각들을 모아 맞춰가다 보면 이미지가 드러나는 퍼즐과 같이 이들은 시대의 조각난 얼굴들로 보여진다. 최신웅 기자

◇ 레즈비언 커플의 아이 갖기 대장정 - 투 머더즈

카티아(사비네 볼프), 이사벨라(카리나 플라쳇카) 두 여성은 서로 사랑 하는 사이로 둘만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고자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듯 레즈비언 커플이 임신을 위한 정자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정자은행이나 불임 클리닉에서는 법률상 까다롭다는 핑계로 동성커플에게 인공수정 서비스 제공을 꺼리고 웹사이트에는 수 천 건의 정자 판매 광고가 떠다니지만 값비싼 비용에다 신뢰하기 어려운 조건까지 선뜻 믿을 수 있는 게 없어 자발적인 정자 기증자를 구해 직접 인공수정을 시도하려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성 간의 사랑을 넘어 인간으로서 자식을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동성이 자식을 키우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사회적 편견 앞에 분노와 절규를 토해내고 카티아와 이사벨라는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솔직하면서도 절절한 그들의 일상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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