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극단 '드림' 대표 주진홍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은 문화재단 등의 기금에 의존하는 대전 연극계에서 순수 관객 수입만으로 운영되는 공연이란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초연 이후 60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이며 10년 동안 장기 공연되고 있는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이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이음아트홀에서 오픈 런으로 다시 대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06년부터 연극의 저작권을 산 후 지금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치고 있는 극단 드림의 주진홍(49) 대표는 대전에 오면 꼭 봐야 할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 아예 작품 전용 소극장까지 이번에 개관을 한 것이다.

"대흥동과 은행동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은 어느 정도 문화예술의 기반이 형성됐지만 오히려 유성 쪽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때문에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지하철 역이 위치한 곳에 이음아트홀을 개관해 유성과 원도심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보자는 게 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극장에서 경로당 폰팅사건을 지속적으로 공연하면 대전을 넘어 전국에서도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유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주 대표는 경로당 폰팅사건이 10년이 넘게 장기공연 될 수 있는 이유로 진정성 있는 주제와 그 주제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초반에 일정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연극을 관람하고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장기공연을 선택한 기획력이 주효했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연극은 현대인,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노년층의 외로움을 다루고 있는데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코믹적 요소로 연극을 포장했습니다. 황당한 사건과 그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가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깨알 같은 상황들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고 또 그 과정이 유기적으로 주제를 향해 나가기 때문에 연극이 끝난 후에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처음에 일정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공연을 선택한 것이 작품의 생명력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공연은 대전 연극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로당 폰팅사건 전까지 대전의 대부분의 연극은 길어야 일주일정도 공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 소극장이 없기 때문에 한 곳에 여러 극단이 대관을 하는 만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고 또 그렇게 되다 보면 작품에 투자를 소홀히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던 것이죠."

주 대표는 올해 연극 경력 32년의 베테랑이다. 보운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공연한 뮤지컬 '신데렐라'에 군사3의 단역으로 무대에 오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단원으로 극단에 들어간 후 지금까지 지역을 지키며 대전 연극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성극을 통해 연극을 경험했는데 보운초등학교 6학년 때 뮤지컬 신데렐라를 옛날 명보극장을 빌려서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공연에 출연하지 못했는데 2학기 때 배우들이 부족하다고 해서 군사3의 단역을 맡았죠. 단역이었지만 무대에 서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후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술제를 준비하며 연극 '시집 가는 날'에 주인공인 맹진사 역을 맡았는데 공연이 끝난 후 밀려오는 감동과 허탈함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죠. 그때 '나는 연극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마침 대전에서 극단 마당이 단원을 모집한다고 해 청소년 단원으로 그 해 겨울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연극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극단 갈채와 새벽 멤버로 활동하다가 2005년 극단 드림을 창단하고 2007년에 대흥동에 처음으로 소극장을 만들게 된다. 32년 간의 연극 생활 동안 지금처럼 대전 연극계가 호황을 누린 적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연극인들이 힘을 모아 이런 기회를 잘 살리고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서울의 대학로 못지 않게 대전의 원도심도 연극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2년 동안 연극계에 몸담아 있으면서 깨달은 것은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소극장의 유무에 따라 연극계가 활성화되거나 침체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15개 정도의 소극장이 대전에 있고 장기공연을 하는 극장도 많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서울에서 소위 많이 팔리는 편중된 작품들만 잘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저는 그 부분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일단 어떻게든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시민들이 극장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작품을 선별하고 조금은 무거운 작품들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너무 비슷한 소재의 연극만 공연되는 것은 물론 안되지만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대전에 연극과 관련된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좋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죠." 글·사진=최신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