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기온은 높은데 비가 내리고 나면 습도가 높아져 우리들은 쾌적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하지만 숲 속엔 지금 같은 조건을 기다리는 생물들도 존재하는데 바로 버섯입니다. 그래서 비 그치고 나면, 버섯분류학자들은 매우 매우 분주해지지요.

혹시 한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아무래도 노랑망태버섯입니다. 피어나기만 하면 크기도 큼직하고 색깔도 화려하여 눈에도 잘 뜨입니다. 노란 그물망처럼 펼쳐지는 것은 균망이라고 부르는 부분이고 갓은 그 위에 종 모양으로 달려 있습니다. 흰색 균망이 펼쳐지면 망태버섯이라고 부릅니다. 이밖에도 산호처럼 생긴 붉은싸리버섯, 말 그대로 땅속에서 붉은 나팔을 올려 보낸 듯한 나팔버섯, 열대과일을 보는 듯한 갈색공방귀버섯, 이름도 고운 하얀선녀버섯, 귀여운 달걀버섯… 이런 버섯들을 보면 버섯이 식물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버섯학자들의 말에 동감하기도 한답니다.

버섯의 수명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보는 자실체의 수명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는 빨리 시들고 그늘지고 축축한 곳에서는 좀 더 오래 삽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버섯은 1일에서 5일이면 생을 마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섯은 식물로 얘기하면 꽃이나 열매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빠른 시간 안에 포자를 만들어 퍼뜨렸다는 뜻이 됩니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 가운데는 분해하며 살아가는 대상 즉 먹잇감에 해당되는 나무가 없어지지 않는 수십 년 동안 나무에 붙어서 사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나무 속이나 낙엽 속, 땅속에서 드러나지 않게 자라고 있는 버섯의 균사체는 버섯 자실체보다 훨씬 더 오래 사는데 몇 년에서 수백 년까지 살다가 적절한 조건이 되면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인 자실체로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한 번 버섯을 발견한 자리에서는 여러 해 동안 계속 버섯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올해 국립수목원 버섯팀은 땅속에 오래 살고 있는 균사의 DNA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종류가 살고 있는지 추정해 내는 연구에 착수합니다. 과학의 발전이 놀랍지요? 이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잘 이루어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버섯들이 얼마나 다양할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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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망태버섯. 국립수목원 제공
노랑망태버섯.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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