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지난 주말에는 24시간 동안 서울 한복판 서울숲에서 신나고 재미나고, 의미 있으며 그러면서도 매우 학술적인 행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Bioblitz Korea 2014' 일명 '생물다양성대탐사작전'입니다.

바이오블리츠(Bioblitz)는 1996년 5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어 오늘날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멋진 생물행사입니다.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종들을 모두 찾아내는데 이번 서울숲에서의 탐사작전에는 식물은 물론 곤충, 버섯, 지의류, 양서파충류, 새 등등 다양한 생물종들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100명 가까이 모이고 이들의 탐사활동을 수백 명의 일반인들이 지켜봤습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동·식물이 빠른 속도로 멸종되고 있고, 특히 2030년까지 도시면적이 현재보다 세 배로 증가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으니 도심지에서의 생물다양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월드컵경기장의 1/3쯤 되는 35만 평의 서울숲엔 몇 종류의 생물종들이 살고 있을까요? 24시간 동안 전문가들이 찾아낸 생물종은 자그마치 777종류나 되었습니다. 이 탐사를 시작하기 전 예측했던 생물종 수는 500종류 정도였는데 모두 놀랐고 반가웠습니다. 그중에는 넌출비수리처럼 진도와 같은 남쪽에서 볼 수 있는 식물도 가는미나리아재비처럼 북쪽에 있다고 알려진 식물도 있었고요. 이들의 전파를 도와주었을 것이라고 예측되는 북쪽 고향의 새들도 꽃가루받이를 도와주었을 법한 여러 곤충의 종류도 나왔답니다.

한 방송사에서 질문을 하셨어요. 생물종들이 사라지면 인간이 살 수 있냐고! 당연히 없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대한 욕심을 극복하고 콘크리트로 덮였을 그 땅에 숲이 만들어져 이 다양한 보물 생물종들이 살 수 있게 된 것은 희망처럼 느껴졌습니다. 바이오블리츠, 행복한 생물종 보물찾기가 대전에도 울산에도 도시마다 전파되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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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름버섯.  국립수목원 제공
주름버섯.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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