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 잔잔한, 그래서 더 진한 멜로

친한 형의 장례식 소식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은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을 떠올려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춘화가 있던 찻집을 찾은 최현은 아름다운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를 만나게 된다. 대뜸 춘화 못 봤냐고 물은 최현은 뜻하지 않게 변태로 오인 받게 되고, 찻집을 나선 최현은 과거의 애인 여진(윤진서)을 불러 경주로 오게 한다.

반가워하는 최현과는 달리 내내 불안해하던 여진은 곧 돌아가 버린다. 다시 찻집을 찾아온 최현을 지켜보던 윤희는 차츰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윤희의 저녁 계모임 술자리까지 함께하게 된 최현과 윤희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최현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의 여정을 2시간이 넘게 따라가며 그가 겪게 되는 모든 일에 동참해야 한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적인 화면, 롱테이크를 통한 관찰자적 시점에서 그를 바라보는 과정은 장르적 재미를 원했던 일반 관객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주가 보여주는 이러한 정적인 순간을 우리의 익숙한 일상과 대입해서 본다면 신선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

◇ 바둑 - 361개의 희로애락 스톤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천재 아마추어 바둑기사 민수(조동인). 그는 우연한 기회에 조직 보스 남해(김뢰하)의 바둑 선생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된다. 민수는 남해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인생을 배워간다.

남해의 권유로 다시금 프로 입단 시험을 준비하는 민수와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건설 용역에 뛰어든 남해.

하지만 그들의 결정적 한 수 앞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다가오는데….

바둑판에 그려진 361개의 선택점 위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조세래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작인 '스톤'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과 로카르노영화제 신인감독 경쟁부문, 하와이국제영화제, 이탈리아 아시아티카영화제,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으며 올해에도 프랑스 본 스릴러 영화제 등에 초청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바둑을 통한 두 남자의 만남으로 인생 아마추어들의 승부를 그려낸 스톤은 바둑과 인생을 이야기하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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