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광역단체장 당선자에게 듣는다 - 이춘희 세종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자는 조용한 개혁을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파격적인 인사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전임 시장이 하던 사업을 무턱대고 뒤집는 일도 없을 것이라 했다. 진행중인 사업은 하되 옥석을 구분해 출력이 다른 엔진을 장착하고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세종시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대해서는 물불가리지 않을 태세다. 기초와 광역을 아우르는 전천후 세종특별자치시장에 선출된 이춘희 당선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김형규 세종취재본부장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죄스러웠다. 어떻게 시민들을 만나 뵈어야 하나 걱정도 많았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정책선거를 치르고자 노력했다. 제 포부와 구상을 전달할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주 목요정책발표회를 열어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처럼 주요 분야별로 세부공약과 이행계획, 재원대책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발표했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 9차례나 이어가니 진정성을 믿어줬다."

-인수위는 어떻게 운영되나.

"임기 시작이 7월 1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대부분 공약으로 정리 해놓았지만 우선 순위와 경중을 가리는 작업은 인수위에서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 같다. 인수위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고 시책과제를 정하기 전에 최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 인수위는 6월말로 종료될 것이다. 취임 후 미흡한 부분은 시정기획단을 꾸려 100일 정도 운영할 생각이다."

-세종시 공무원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시민들의 삶과 관계된 업무는 선거와 무관하게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 각 부서별로 현안사업이 있을 것이다. 제2기 시정부 출범 때까지 20일 정도 남았는데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각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취임 초기 인사쇄신을 할 계획은 없나.

"인사는 철저히 일 중심으로 할 것이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라 가장 일 잘할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고 일에 필요한 만큼만 인사를 할 것이다. 지연이나 학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공정한 인사를 할 수 있다. 내가 국장을 임명하면 과장 인사는 국장과 상의하고 계장인사는 국장과 과장이 상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모든 인사를 시장이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건설교통부 차관시절 도입해 성공했던 인사시스템이다. 공약에서 밝힌 '희망인사시스템'이다. 스스로 원하는 자리를 전산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이를 직속상사가 확인해 발탁하는 시스템인데 단 한번의 인사잡음 없이 적재적소에 인재가 배치되는 효과를 보았다."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법은.

"전임 시장이 한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유한식, 이춘희 개인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기 시장 때 하던 일을 넘겨받아 인수위에서 지속사업, 보완사업 또는 중단사업으로 나눠 검토할 것이다. 선거운동과정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목표 아래 국회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 주요 공약 해결을 위해 행복청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행복청과 합동 투자유치단을 구성해 첨단기업과 대학, 병원 등 자족기능 확보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다. 주차난과 교통체증, 생활편의시설 부족 등 신도시 건설이 늦어지면서 생긴 문제들은 우선 순위를 정해 완공시기를 조금씩 당기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행복청, 교육청, LH공사 등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원스톱 통합민원센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곧 협의를 시작할 것이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조치원을 북부권의 경제중심으로 육성해서 남부권 행정중심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북부권 등 농촌지역 발전을 위해 로컬푸드 사업처럼 도농이 같이 수혜를 볼 수 있는 사업들을 최대한 발굴해 도시건설 초기부터 시민 모두가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키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세종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도 중요하다. 약속한대로 소득· 주거·돌봄·교육·건강의 5대 복지분야를 세종시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세종시형 복지기준'을 마련하겠다."

-주요 개발사업에 대한 민자유치는 자신이 있나.

"공무원 시각으로 봐서는 안되고 투자자 시각으로 봐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장을 지낸 경력을 최대한 살려 투자를 유치하겠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 가운데 유사한 사업은 통합해야 한다."

-세종시광특회계에 대한 구상은.

"세종시는 기초와 광역행정이 혼재돼 있다. 기초행정은 그동안 해오던 행정서비스인데 광역행정이 낯설고 생소하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 배워 빨리 정착시키도록 하겠다. 광특회계도 중앙부처가 예산을 줄만한 사업을 발굴하겠다. 취임초기부터 내년 국비예산 편성에 들어가는데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

-시장 취임후 시민과의 소통 계획은.

"매주 언론 브리핑을 열도록 하겠다. 되도록 직접 할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당부 말씀이 있다면.

"세종시는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라 새로 만들어가는 도시이므로 시민 모두가 정성을 다해 참여해야 한다. 세종시를 시민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그릇으로 만들고 싶다. 선거운동과정에서 발표한 모든 공약마다 시민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세종시의 미래를 스스로의 손으로 만든다는 마음으로 함께 참여하고 격려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임기 동안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 균형발전, 세계적인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 정리=한경수 기자

이춘희 당선자는

1955년 전라북도 고창군 해리면에서 태어나 5학년 때부터 광주에서 보냈다.

고려대 행정학과 4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건설부 주택정책과, 기획예산담당관실 등 주요부서를 거치며 임대주택법 제정, 투기억제수단인 채권입찰제 도입, 재건축제도 도입, 주택건설촉진법 제정 등을 주도했다. 주택정책과장으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에 앞장섰으며 동탄·판교 등 2기 신도시 건설에도 참여했다. 2003년 노무현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지원단장을 맡으면서 세종시와 인연을 맺었다.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거쳐 2006년 11월 건교부차관으로 발탁됐다.

2008년 2월 공직에서 물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새만금 군산자유구역청장, 인천도시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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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희 세종시장이 10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민선6기 정책을 밝히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이춘희 세종시장이 10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민선6기 정책을 밝히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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