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용문동 깡순이네

70-80년대 가까운 과거엔 전통시장 인근에 가면 으레 닭내장탕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기 마련이었다. 몇 팀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게는 좁지만 정감이 서려 있는 탁자마다 이야기꽃을 피워 가며 밤새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렇게 만난 닭내장탕은 다음에도 시장에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묘한 위력이 있었다.

닭내장탕, 닭볶음탕 등 추억의 메뉴들로 지역민들의 입맛을 한곁같이 잡아끄는 곳. 대전 서구 용문동에 위치한 '깡순이네'다. 정림동 인근에서 10년 가까이 영업하다 2년전 확장 이전한 뒤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많아졌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닭내장탕, 닭한마리 볶음탕이다. 양념장은 고춧가루, 마늘, 양파, 사과, 배, 소금 등 14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다. 양념장에 닭내장을 무쳐 하루정도 숙성시킨다. 고추기름도 직접 가게에서 만들어 사용한다. 생강과 마늘을 듬뿍 넣어 닭내장의 잡내를 없앤다. 보통 다른 집이 깻잎을 사용하는데 반해 이 집은 미나리 등 채소를 한가득 넣어 냄새를 없애주고 아삭아삭한 식감과 함께 향긋한 맛을 내는데 일조한다. 미나리에는 우리 몸의 해독작용을 돕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숙취를 풀어주는 데도 그만이다. 닭한마리 볶음탕에는 황기를 넣어 군내를 잡아주고 국물맛을 일정하게 맞춰준다. 닭내장탕과 한 마리 볶음탕 국물을 맛보는 순간 매콤한 맛이 일순간 입맛을 사로잡는다. 잘 손질된 닭내장탕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채소와 함께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과 한데 어울려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닭한마리 볶음탕에 들어있는 '초란'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란'은 닭이 처음 낳은 알을 말한다. 나오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어 공급받기 쉽지 않지만 발품을 팔며 확보하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깡순이'는 이정윤(54) 대표의 별명이다. 닭내장탕 연구에만 2년의 시간을 들였다. 닭내장 손질은 이젠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매일 40㎏ 가까이 물량을 직접 손질한다. 모래주머니 탓에 내장에 간혹 남아있을 수 있는 돌 등 불순물을 깔끔하게 제거하기 위해서다. 일일이 흔들고 닦아내 먹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 품질 좋은 닭내장은 쉽게 구하기도 어렵다. 경기 포천, 충남 아산, 공주 등 몇 년간 전국을 돌며 최고품 재료를 물색한 결과 이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닭내장은 보관도 중요하다. 매일 얼음에 꽉 채워 얼듯말듯한 상태를 유지하며 그날 필요할 만큼의 분량만 손질해 사용한다.

이 대표는 남들이 쉽게 뛰어들지 않는 메뉴를 통해 추억의 맛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젊은 시절 대전 중앙시장에서 자주 맛보았던 닭내장탕을 생각하며 연구하고 만든 결과 이젠 그 추억의 맛에 어느 정도 근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재료를 일일이 손질하고 준비해야 하는 만큼 일을 접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해 변함없는 맛을 전파하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에 '닭내장탕'하면 '깡순이'를 떠올리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닭내장탕(국내산) 小 1만7000원·中 2만3000원·大 2만8000원 △닭한마리 볶음탕(국내산) 中 2만8000원·大 3만5000원 △닭도리탕(국내산) 小 2만원·中 2만5000원·大 3만원 △닭발편육 小 9000원·中 1만5000원 △닭우거지해장국 6000원 (※서구 용문동 277-9번지) ☎042(532)9443 글·사진 이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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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순이네 닭내장탕의 닭한마리 볶음탕과 닭내장탕은 매콤한 국물이 스며든 닭내장의 쫄깃쫄깃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깡순이네 닭내장탕의 닭한마리 볶음탕과 닭내장탕은 매콤한 국물이 스며든 닭내장의 쫄깃쫄깃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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