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감 선거에는 오광록, 최교진, 최태호, 홍순승 등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전교조 출신인 최교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보수로 분류된다. 투표일이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4명 후보자 간에 물고 물리는 혼전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예정지역 내 이주공무원과 40%이상인 부동층의 막판 표심이 누구에게 쏠리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자들을 만나 핵심공약과 막판 선거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오광록 후보 "풍부한 경륜 바탕 우수인재 양성"

6·4지방선거 세종시교육감에 도전하는 최교진(60) 후보의 슬로건은 `의자부터 바꾸겠습니다`이다. 세종시가 추구하는 스마트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교육현장을 바라보겠다는 최 후보의 의지가 담겨 있는 문구이다.

그는 진보교육의 상징인 전교조 출신이다. 보수적인 교육계 풍토 속에서 전교조 출신이라는 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는 당당하다. 그는 다른 후보와 비교했을 때 최대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평교사만 했고 청렴하게 살았다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교육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은 게 단점일 수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봐요. 지시전달이나 집행만 하다 보면 창조적인 혁신 마인드가 부족해지기 마련이죠. 저는 30년동안 오로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위해 현장에 있었어요."

그는 전교조 출신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맞섰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되면 기존의 틀을 완전히 다 바꿔버리고, 아이들 교육은 뒷전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지난 4년동안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맡은 강원도와 광주시 교육의 결과물을 보라고 말해요. 인사 잡음도 없었고, 학생들의 성적도 높아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각종 공문으로부터 해방돼 수업연구와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어요. 제가 교육감이 되면 교육현장의 얘기를 최대한 수용할 예정이에요. 교직원 인사시 각급 교장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인사에 직접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인사적폐를 완전히 없앨 생각이에요."

그는 2년전에 세종시교육감 선거에 도전했다가 1300여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했다. 세종시 출신도 아니고, 보수 경향의 후보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2위를 차지한 그만의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세종시와의 인연이라고 하면 세종시 설계 당시 토지공사 감사를 지냈죠.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했던 세종시 교육철학을 실현시킬 인물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의해 제가 교육감 후보로 나서게 된 거죠. 선거기간동안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저 사람 열심이네`라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그는 현재의 세종시 교육이 기존 틀을 깨뜨리지 못한 채 따라가기 급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세종시는 기획도시인 만큼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교육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틀 속에서 따라가기 바쁜 수준이에요. 세종시교육이 자랑하는 스마트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콘텐츠나 교사의 질은 따라가지 못하죠. 특히 기기중심의 스마트교육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해요."

그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핵심공약은 `기숙형 캠퍼스 고등학교`를 권역별로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기숙형 캠퍼스 고등학교는 한마디로 종합대학과 비슷한 구상이다. 인문계, 특성화고 등 4-5개 학교를 한 단지에 넣고 체육시설, 도서관, 예술센터 등 편의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게 한다는 새로운 발상이다. 캠퍼스형 고등학교를 설립하면 공동시설 이용에 따른 경비를 줄일 수 있고, 다양한 교과목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단지 내 여러 개 학교 학생 가운데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1개반 정도의 인원이 되면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을 하고 싶어요. 모든 아이들이 성적 순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학교가 아닌 학생의 존엄성이 인정받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최교진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전교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보수성향의 50대 이상의 적극적인 투표층의 표심을 어떻게 잡느냐이다. 또한 음주운전 혐의로 2003년 12월에 벌금 200만원 형을 선고받은 점도 표심 이탈의 요인으로 꼽힌다. 특별취재본부

◇ 최교진 후보 "교육현장 목소리 적극적 수용"

6·4지방선거에서 세종시교육감에 도전하는 4명 가운데 교육감 경력이 있는 후보는 오광록(62) 후보가 유일하다. 2005년부터 1년동안 대전시교육감을 역임했다. 그는 스스로 준비된 교육감임을 자처한다. 중·고등학교 교사는 물론 대학교수, 대전시 교육위원, 교육위원회 의장을 거쳐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까지 지내는 등 교육계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오로지 교육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도 교육 전반에 걸친 오랜 경험이 명품 세종교육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종교육을 바둑과 비교한다. "세종교육은 바둑으로 얘기하면 초반 포석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끝수까지 예측하고 두어야 하는 시점이죠. 기획단계가 잘못되면 전체적인 틀이 망가지죠. 예정지역 학교에서 교실대란이 발생한 것도 바로 기본계획 단계에서 수요예측이 잘못된 탓이죠. 지금 세종교육은 미래지향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예요."

그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본계획 수립 만큼 중요한 게 고급인력 확보라고 강조한다. 당선되면 4년 동안 우수인력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서 핵심공약으로 국제중 신설을 내놓았다. "세종교육이 목표로 하는 명품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에 맞게 꿈과 끼를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해요. 획일화된 붕어빵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식 교육을 실시해야만 명품교육이 될 수 있어요. 또한 학생들 역시 세종시형 인재가 글로벌한 인재로 키워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설립된 국제고와 연계된 국제중이 있어야 해요."

세종시가 명품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예정지역과 주변지역의 교육환경시설의 격차도 해소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10대 주요공약을 보면 유난히 조치원 등 주변지역과 관련한 인프라 구축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구도심 공동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종교육연구원과 연수원을 주변지역에 설치하고, 읍면지역 학급당 학생수를 OECD기준으로 전면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조치원 지역에 중학교를 신설하고, 전의중과 부강중, 연동중을 기숙형 중학교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세종시가 남부 중심으로 발전함에 따라 예상되는 북부지역의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의면과 소정면 일대에 북부지역 학습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게 기회균등이에요. 주변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예정지역 학생들과 차별화된 교육환경 속에서 공부할 수는 없죠. 시설투자를 많이 해서 예정지역과 교육의 질과 양이 같게 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세종시교육감 도전은 이 번이 두 번째다. 2년전 세종시 출범과 함께 치러진 선거에서는 17.5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당시에는 연기 출신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는 지역정서의 벽이 높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지역적인 정서가 많이 허물어졌어요. 많은 유권자들이 교육감은 무엇보다도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같아 힘이 나요."

그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유권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현장을 누빈다.

"교육은 실험이나 연습을 해서는 안돼요. 검증된 정책이나 내용만이 교육에 실행되고 집행되어야 해요. 저는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연습을 위한 교육은 하지 않을 거예요."

이번 선거기간동안 오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는 `양주사건`이 꼽힌다. 2004년 실시된 대전시교육감 선거 당시 오 후보의 아내인 이 모씨가 학교운영위원과 학교장 등에게 양주를 선물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돼 2006년 1월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형이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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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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