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광릉 숲 저희 국립수목원에도 녹음이 우거져 갑니다. 초록빛이 진해져 가는 수목원의 나무들은 말 그대로 초록의 생명력이 가득가득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다채로운 생명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수생식물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국의 습지에서 서식지를 잃어 이제는 보기 어려운 가지가지 수생식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즈음 수생식물원에는 작은 안내판이 하나 들어섭니다. '어린 두꺼비의 꿈', 수생식물원에서 올챙이 시절을 보내다 성장한 어린 두꺼비가 숲으로 이동하는 시기이니 무심히 밟지 않도록 발걸음을 조심해 달라는 문구입니다. 떼를 지어 이동하는 어린 두꺼비들을 보노라면 숲이, 물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잉태하고 있는지 새삼 감탄을 합니다.

광릉 숲에는 오늘의 주인공 두꺼비를 비롯하여 맹꽁이, 계곡산개구리, 청개구리 등 열 종류의 양서류 즉 개구리집안 식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육림호처럼 조금 깊은 물에서부터, 수생식물원, 왕숙천으로 흘러드는 본래의 계류, 소리정원을 만들며 복원해 놓은 다양한 유속의 실개울들, 희귀식물보전원에 9개의 크고 작고, 얕고 깊은 못들은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위해 그 생태에 맞게 조성하였는데 이젠 각각의 장소에 찾아드는 곤충과 새들 그리고 양서 파충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미납니다.

사실 두꺼비는 친근감을 주는 생김새는 아닙니다. 두툴두툴한 피부의 돌기는 심지어 위험에 처했을 때는 독을 뿜어내기도 한다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옛 얘기들이나 민속을 보면 두꺼비는 집을 잘 지키며, 재복을 주는 좋은 징조의 동물입니다. 다소 의뭉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혜롭고 의리 있는 존재로 묘사되지요. 생김새 때문에 함부로 하기 쉬운 두꺼비의 존재를 소중히 하고 더불어 살도록 배려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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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제공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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