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 나면 연이어 터지는 건축 관련 사고에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 어디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인데 문제는 이런 심각한 사고가 전국 어느 곳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는 685만 동의 건축물이 있고 이 중에 노후화가 심해 긴급 보수,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할 안전 D등급 교육시설은 104개나 된다.

이런 위험한 건축물이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하여 사용되고 있어도 안전 불감증에 오랫동안 면역이 되어 잘 알지 못했고, 심지어 이런 노후화된 건축물에서 어린 학생들이 수업을 받아 심각했었으나 정부가 안전한 시설로 고치기 위해 우선적으로 예산 394억 원을 배정한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노후화된 건축물 입장에서 보면 그간 비바람에 태풍에 지진에 몇십 년을 잘도 견뎠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안락함을 줬는데 이미 낡고 지쳐서 건축물 본연의 역할을 못 할 정도로 "앓고 있다"고, "무너질 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것 같다.

D등급 건축물도 모르고 무식하게 건축물을 쓰면 건축물에 깔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안전 문제는 너무나도 소중한 문제이고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 쓰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초고층 건축기술을 뽐내지만 국내 건축물들은 내진에 아주 취약한 것 또한 현실이다.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기준은 높이가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00㎡ 이상인데 국내의 모든 건축물 중에서 내진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은 2.4%에 불과하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하는 원칙에 입각해서 위정자 모두는 더 이상의 선심성 복지로 표를 얻으려 하지 말고 국민의 최소한 안전을 위해서 복지예산을 과감하게 줄여서라도 공공시설과 건축물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이 안전해야 모든 국민의 생활이 편안해지고 그러한 안전이 확보되어야 세계로 힘찬 도약을 다시 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든 건축 관계자들은 건축물의 안전을 되돌아보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은 설계와 시공으로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재인 대전충남 건축가협회장·신화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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