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숯골원조냉면 수통골점

이른 여름날씨를 보이는 요즘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게 마련이다. 이럴때 '물과 공기 좋은 여유로운 곳에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토종 건강음식을 맛보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하루종일 맴돈다.

대전 유성구 덕명동 수통골 인근에 위치한 '숯골원조냉면 수통골점'은 이 모든 욕구를 충족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30여년간 신성동 본점에서 성업하다가 올해 4월 수통골 분점을 내고 지역 대표 '토종음식 전문점'이라는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가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집의 대표메뉴인 '물냉면'은 그 유명한 '평양식 냉면'이다. 육수는 닭고기를 오랜 시간 우려낸 진한 닭육수와 잘 숙성된 동치미 국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동치미 국물은 이 집에서 직접 만들며 가게 한 켠에 마련된 저장창고에서 최적의 온도로 일정기간 숙성시켜 사용한다. 동치미 국물의 숙성정도, 닭육수를 끓이는 시간, 배합 비율이 냉면 육수의 다름아닌 비결인 셈. 면발은 메밀을 이용해 뽑아낸다. 여러 단계를 거쳐 상차림해 나온 냉면은 씹으면 씹을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는 데다가 육수 자체에도 깊고 시원한 맛이 스며들어 있다. 고명으로 곁들인 고기 등도 냉면과 잘 어우러지며 맛을 한층 배가시킨다.

한 번 맛보면 원기충전으로 일주일은 거뜬한 '토종백숙'은 튼실하게 살이 오른 토종닭을 뭉근히 끓여내 손님상에 오른다.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마늘 등을 넣는 것 말고는 다른 첨가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토종닭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가게 주인이 직접 잘라주는 고깃살을 한 입 크게 베어 무니 쫄깃쫄깃한 식감이 자꾸만 입맛을 유혹한다. 정성으로 조리한 토종백숙은 꾸밈없이 담백하면서도 푸짐한 맛이 가장 큰 매력이다. 어느새 속이 은근하게 따뜻해지면서 힘이 불끈불끈 솟는 느낌, 보양식을 먹는 참맛이 바로 이것인 듯 싶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 이상의 영양식은 없을 정도다.

역시 큼지막한 토종닭에 감자, 채소를 푸짐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닭볶음탕은 옛날 고향집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그대로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토종음식의 절정으로 이끈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과연 일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맛보았던 친근한 맛으로 먹는 순간에도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한다. 먹으면 먹을수록 매콤, 달콤하면서도 개운한 오묘한 맛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냥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혀끝에서 점차 온몸으로 전해지는 풍성한 맛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이외에도 파전, 전병 등 한상 가득한 명품 음식들과 전통주를 천천히 맛보며 창밖의 수려한 풍경들을 눈으로 마주하니 신선이 된 듯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이권재 숯골원조냉면 대표는 최고의 식재료만을 철저하게 고집한다. 토종닭, 청양고추를 사용한 고춧가루,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직접 담근 김치 등에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30년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손님들에게 최고의 건강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손님들의 계속되는 발길에 힘입어 지역의 대표 음식점으로 자리잡은 은혜에 보답으로 지속적으로 소외계층을 돕는데도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향토의 맛과 푸근한 인심에 살며시 기분이 좋아지며 길을 나선다.

△물냉면 6000원 △비빔냉면 6500원 △토종백숙 3만원 △닭볶음탕 3만5000원 △파전 1만원 △메밀왕만두 5000원 △김치메밀전병 6000원 ☎042(862)6730 (※유성구 덕명동 171-62번지)

글·사진=이지형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지형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