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아침 일찍 광릉 숲 산책을 떠나 봅니다. 이른 아침 예측하지 않은 손님 탓인지 새소리가 더욱 요란스럽습니다. 광릉 숲의 새 가운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것만 해도 19종류나 됩니다. 참매, 붉은배새매, 검독수리 등 온갖 수리류, 수리부엉이, 소쩍새, 솔부엉이와 같은 종류, 그 유명한 크낙새를 비롯하여 까막딱따구리 그리고 알록달록 귀여운 원앙이도 있답니다.

천연기념물이 아니어도 광릉 숲엔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 온갖 딱따구리들이 살고 있지요. 이들이 나무를 쪼는 소리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고, 오래된 나무에 눈여겨봐 두었던 커다란 구멍을 잘 관찰하면 이들의 비상 혹은 새끼들에게 먹이를 나르는 구경이 가능하기도 하지요.

까막딱따구리는 까만 몸통에 머리 위에 붉은 깃털을 가진 것이 크낙새와 혼동될 수 있지만 크낙새는 배는 흰색이고 몸집이 훨씬 크다고 하네요. 흔히들 딱따구리의 새소리로 착각을 하는 "따르르르" 하는 소리는 알고 보면 딱따구리들이 나무를 쪼는 소리입니다. 얼마나 빠른 소리인지 세상에 1초에 15-16번, 기관총 소리의 두 배만큼 빠르답니다. 왜! 딱따구리들은 나무를 쪼을까요? 우선, 벌레를 잡기 위한 목적이 큰데 나무의 울림으로 벌레 구멍도 알아내고, 입속에 가늘고 긴 특별한 혀가 있고 그 끝에 신경과 함께 단백질을 잘 구분하는 물질이 묻어 있어 벌레의 움직임도 예민하게 감지하여 잘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소리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거나 배우자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등 중요한 삶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네요.

곤충은 유익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면 해충으로 돌변하여 숲에 큰 해가 되기도 합니다. 딱따구리들이 하루에 잡아먹는 해충의 숫자가 2000마리까지 된다고 해요. 이 귀한 새 한 마리가 사라지면 그 파생되는 영향은 짐작하기 어렵죠. 이 유기적 숲의 생명들이 사방에서 도시화되며 좁혀오는 위협에서 부디부디 안전하기를 정말 정말 열심히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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