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 학생회관 앞에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목원대 학생회관 앞에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잠시나마 캠퍼스의 여유를 즐기는 지금. 목원대 학생회관 앞에서는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다. 목원대가 학과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2015년부터 국어국문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전면 폐지하고 국어교육과와 통합한다는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들의 정원 감축과 그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2014년 2월 발표했다. 이미 2011년도 부실대학으로 오점을 남긴 적 있는 목원대로써는 경쟁력과 취업률이 떨어지는 학과들에 대한 정원감축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유일하게 국어국문학과만이 2015학년도 모집정지를 결정했다. 예상대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게 반발했고 현재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학과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학교에서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 강재진 씨는 학과 통폐합을 결정하는데 학생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말했다."4월 14일 사범대 건물에서 목원대 기획예산처가 학과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갑자기 당일날 학생회 임원들을 모아서 사전에 아무런 통보 없이 학과를 통폐합한다고 하니 학생들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었다."며 학교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다. 학교당국은 처음에 `사전에 학과 교수들과 충분히 협의됐다.`고 했지만 확인결과 협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고 학생-교수-학교당국이 삼자대면을 통해 사실 유무를 따질 수 있었다. 그 결과 학교당국은 `사전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학생들에게 공식적인 협의를 한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학과의 통폐합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학교당국에 있다.`고 설명하며 학생들의 동의는 절차상 필요 없었다고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목원대학교 당국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모집정원을 줄이기 위해 모든 학과에 점수를 매겨 S~D 등급 순위를 정했다. 그 결과 국어국문학과는 최하위인 D등급을 부여 받으며 신입생 모집정지를 통보 받았다.

당장 큰 피해를 받은 당사자는 학생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2014학년도 신입생들은 통폐합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한 체 입학을 했기 때문에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 국어국문학과 임머루(21)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돈벌이로 밖에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한다."방송작가의 꿈을 가지고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입학전에는 통폐합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입학시켜 놓고 학기가 시작한지 한달 남짓 지나서 갑자기 통보를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그저 입학금, 등록금 걷기에 바쁜 학교가 정말 원망스럽다."면서 "다른 학과로 옮기는 전과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그 요구도 들어 줄 수 없다고 했다. 차라리 자퇴를 하고 다른 다시 대입을 준비할 생각까지 했다."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5월 8일, 12일, 13일 3일간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약 3000명 가까운 목원대 학생들이 국어국문학과 통폐합 반대에 동참했다.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7주일 동안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목원대학교를 넘어서 교육부까지 항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생회장 강재진 씨는 "아직까지는 서명운동을 하며 얌전하게 항의를 하고 있지만 학교측에서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통폐합을 강행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며 "강경한 시위도 고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대다수 대학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 정원을 감축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잇따라 철회하는 대학들도 있었다. 숙명여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성명서를 공개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적극적인 노력 끝에 미대와 음대를 예술대학으로 통합하는 것을 백지화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원대, 강원대, 서강대 등 많은 대학들도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학과 구조조정을 철회했다.

최근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되면서 대학 입장에선 취업률이 떨어지는 인문학과와 예술학과는 골칫덩이로 여길 수 밖에 없다. 대학은 취업 알선 센터가 아니고 학생들이 중심이 돼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곳이다. 각 대학당국들은 경영태만에 따른 결과를 학생들에게 뒤집어 씌울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문제해결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목원대학교의 슬로건은 `학생 중심 대학`이다.

남동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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