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철쭉꽃이 참 곱습니다. 온 나라 산과 들에 혹은 정원에 피어나는 연한 분홍빛의 그 꽃들이 참으로 곱습니다. 그 고운 빛깔들이 오히려 아픔이 되어 가슴 끝이 아릿아릿 저려옵니다. 예년 같으면 이런저런 행사로 들떠 북적거릴 오월의 휴일들. 저희 국립수목원도 어린이날 그냥 문을 열어 아이들에게 싱그러운 신록의 숲과 정원을 내어주고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광릉숲에 저희 수목원과 함께 자리한 봉선사의 석가탄신일 연등행사는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기원으로 등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차분하게 초록 속을 거닐며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혹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월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참담함을 우린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하며 더욱이 잊고서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듯합니다. 매년 철쭉꽃이 필 즈음, 잊지 않고 있음을 되살릴 듯싶습니다.

철쭉은 진달래가 질 즈음 피어납니다. 진달래가 피고 이어서 핀다 하여 연달래라고도 하지요. 진달래 꽃잎은 먹을 수 있으니 참꽃이라 부르고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 불렀습니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와는 달리, 철쭉은 잎이 먼저 혹은 꽃과 함께 나며, 연하디연한 분홍빛 꽃잎에 둥글둥글 잎새도 다르며 독성이 있으나 벌을 기절시킬 정도로 약하여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 그저 아름다운 꽃나무였습니다. 서방에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이었다는 기록도 있지요.

진달래와 같이 진한 분홍빛의 꽃빛은 같으나 잎이 같이 나며, 특히 척박한 산성토양의 땅에 자라는 진달래와 달리 물가에도 피어나 '수달래'라는 별명을 가진 '산철쭉'도 이즈음 피어납니다. 많은 이들이 철쭉으로 잘못 알고 있는 꽃나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슬픈 진달래와는 달리 눈부신 오월의 풍성하고 아름답던 철쭉꽃 계절은 이제 연한 분홍빛의 철쭉꽃은 위로가 되어, 진한 분홍빛의 산철쭉은 잊지 말라는 경고의 아이콘이 되며 매년 피어 기억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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