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운법’ 일률적용 연구현장 정부 입김 등 작용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출연연구기관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어 관련법에서 이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강도 높은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추진하자 이들 출연연이 공운법 상 기타 공공기관에서 빼 줄 것을 요구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나 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설립, 운영되는 기관이다. 공운법 상 공기업은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의 1/2 이상인 공공기관 중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이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인 시장형과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준시장형으로 나뉜다. 준정부기관은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기금관리형 기관과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위탁집행형 기관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기타 공공기관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을 의미하며 정부 출연연은 여기에 속한다.

공운법 상 기타 공공기관에서 정부 출연연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를 계기로 촉발됐으나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지난해 2월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첫 발의 후 지난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이 대상 출연연을 확대한 유사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높은 사안이다.

정부 출연연이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돼야 하는 이유로 출연연의 정체성 확립을 꼽는다. 공운법의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은 전기부터 철도, 에너지 분야까지 정부의 일을 위탁해서 추진하는 기관이고 정부의 상위부처가 전문성을 갖고 이들 기관을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연구개발(R&D)이 주요 임무인 출연연은 이들과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부 출연기관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운영 재원은 정부가 출연하지만 운영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정부의 개입이 출연연 고유 기능인 연구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출연연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1999년 제정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도 한 이유다. 정부가 출연연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정출연 법률만으로도 충분히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데도 공운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연구현장에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공공기관의 높은 초임을 해결한다며 초임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당시 출연연은 연구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결국 초임 삭감 제도는 부작용 끝에 폐지됐다.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도 기타 공공기관에서 출연연을 제외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출연연의 경우 이미 IMF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의 과도한 복지정책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기타 공공기관 제외 대신 복지 외 부분의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향의 보상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는 일반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청년고용 3% 의무, 고졸채용 20% 권고, 채용형 청년인턴제 도입, 지역인재 채용권고 30% 등의 적용 대상에서 과기분야 출연연이 제외됐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출연연구기관들이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출연연의 특성을 반영해 공운법에서 출연연을 공공기관의 범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면서 "정부에서조차 출연연이 정상화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출연연이 기타 공공기관에서 빠지는 관련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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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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